오늘 집에 들어오다가 문득 고등어 생각이 났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나의 우울의 원인을 생각하다가 오늘 밥을 한끼밖에 먹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나마 한끼도 학생식당의 우울한 2500원짜리 밥.
갑자기 나의 우울은 영양부족에서 오는 게 아닐까...하는 좀 개연성없는 생각이 들었다.
음 뭐 요새는 한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진 않지만...그것도 영양부족인가? 음

요리를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지만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국 그나마 간단한 계란말이와 고등어구이로 낙점!!!!
특히 고등어구이는 저번부터 계속 시도해보려던 요리였다. 요리라고 하긴 좀 민망하지만ㅋㅋㅋ
바로 홈플러스에 가서 고등어와 치즈를 샀다. 운좋게도 친절하신 생선코너 아주머니께 고등어구이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ㅋㅋㅋ정말 엄청 어리버리했나보다..

계란말이는 네이버 키친의 도움을 빌렸다. (http://kitchen.naver.com/food/viewMethod.nhn?foodId=203&foodMtrlTp=DI)
예전에 축제 때 경준형님이 하는 것을 얼핏 본 기억도 있고 해서 과감하게 도전!!

첫걸음, 계란을 잘 푼다. 음 뇌이버에서는 뜰채를 이용해서 곱게곱게 하라고 그러던데ㅋㅋ
귀차니즘ㅋ

대략 계란이 야들야들 안 흔들릴 정도까지 익힌다.
그 후 치즈를 얹고 잘 만다!

데코는 좌절..ㅡㅡ;;
거기다 후라이팬이 그다지 청결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깨닫고 OTL
마치 대학축제때 주점 끝판에 대충대충 만든 계란말이를 먹는 기분이었다.
음, ㅋ다음번엔 더 잘하겠지!

다음은 고등어!!!생선코너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걸 믿고 도전!!!
때깔고운 고등어!
소금간이 살짝 된 고등어를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밀가루를 살짝 묻힌다.

중불에 살살 굽는다.
너무 일찍 뒤집으면 살이 부서진다.(이건 어머니한테 급하게 전화해서 물어봤다는..)

살이 적당히 딱딱해졌다 싶으면 그때 뒤집어준다.
얼추 다 익으면 완성!!

그간 집에 오면 라면하고 계란후라이만 먹었는데ㅋㅋ
잘 하진 못하지만 스스로 요리를 해먹으니깐 보람도 있고 간만에 먹은 고등어 맛도 좋고 참 좋은 것 같다.
음.앞으로 하나하나 도전해봐야지ㅋㅋ그래서 나중에 이쁨받는 남자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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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실실대며 웃고다니지만 실은 성격이 매우 불같은 편이다. 차분한 척 하지만 차분하지 못하고 예민해서 아주 작은 일 하나하나에 자극된다. 천성이 예민해서 일찍 죽은 시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이 어떤 심정을 느꼈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신의 보호하심으로, 나는 여지껏 살아있다. 교육은 내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었고 수년전에 수없이 흘린 눈물로 흉진 가슴은 예전보다 많이 닫혀있어서 예전보다 자극에 더 강해진 게 아닐까 싶다. 항상 냉담하고 거리를 재는 버릇은 뽀나스.
그러나 그런 수동적인 삶의 자세로는 나의 갈망을 도저히 채울 수 없다. 절대로 채울 길이 없다. 결국은 어떤 상처라도 감수하고 마음을 열고 나아가야지 내가 그토록 갈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고독, 외로움이 그간 나의 벗이었다. 그네들은 나의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지만 가슴의 불은 끄지 못해 사람을 지독한 고통에 빠트리는 역할을 한다. 그네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의 마음을 열어야한다. 하지만 나는 내 가슴을 열었을 때 사람들이 내가 지독히 갈망에 빠져있는 사람이란 것을 파악하는 것이 몹시 두렵다.
그래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작정 눈보라 속을 걸었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지만 눈보라 속에서는 내 마음이 식을 줄 알았다. 생각을 그치고 죽을 병에서부터 잠시라도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님이 계신 곳을 향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구만. 그저 낙담하여 신을 향해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을뿐.

당신은 말한다. 내가 괴롭다는 것을 안다는 그런...아니 근데 문장구조가 명확하지 못해 어떻게 보면 나를 탓하는 글인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나를 우선 몹시 아프게 만들고 사소한 실수들로 나를 몹시 혼란스럽게, 그리고 지치게 만든다. 나는 당신을 응원할 생각이 없다. 나없는 동안 괴롭고 힘들어서 나를 찾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이런 비참한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꼭 그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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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림.
나는 왜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잘 해주지 못 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은 좋아할까.

저녁을 먹을 맛이 안 나서 저녁값으로 홍대앞 헌책방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샀다.
The Years.
어느 세월에 읽을 수 있을지.
실은 저녁값은 없는데 사치를 하고 말았다.

사랑을 베푸는 자세에서 다시 반동이 심하게 일어나서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고 싶다.
늘 감정이든 욕구든 극과 극을 오가는 게 나의 문제다.
이런 기복심한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어디에 있을지.
첩첩산중.

맥주를 한잔 하고 본 윤태호의 야후에 꽂혀서 3시간 동안 완독했다.
넘치는 생명력, 그로테스크한 양식으로 파헤쳐둔 역사, 폭탄, 비웃음, 야후!
야후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렇다.
한참 한국이란 나라가 막장을 달리고 있을 때 서울에서 태어난 김현은 건물붕괴사고로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는다.
김현은 그 사건으로 인해 무언가를 잃었고 부조리한 현실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갈피를 못 잡던 김현은 특수부대장과의 인연으로 인해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 속으로 들어가고 한동안 그곳에서
주어진 삶을 살면서 아버지를 잃은 혼란을 잊고 살아간다.
그곳에서는 기어돌아가듯이 '왜'라는 질문을 배제하고 앞만 보고 살아가기 때문에 김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르고 폭압적인 시위 진압만을 위해 존재하던 부대는 정부가 변함에 따라서 치안 업무, 구조 업무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오랜시간동안 썩어버린 한국사회 곳곳에서는 곪은 부위가 터져버리고 각종 사건 속에서 김현은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결정적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 김현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닥뜨리게되고 자신이 봉사해온 사회에 대해 반기를 들게 된다. 김현은 신출귀몰하지만 점점 살아갈 힘을 잃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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