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바로 옆에는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아카시아 나무들이 있고, 넝쿨들이 아카시아 나무를 다 집어삼킬 것처럼 가을까지 나무를 타오른다.

겨울이 되면 넝쿨들은 제풀이 지쳐서 떨어지고, 아카시아 나무 위에는 동네 새들이 둥지를 트고 있다.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내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해가 내리쬘 때면 풍성하고 쨍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을이 되면 높은 하늘이 녹색 숲과 강한 대비를 보여준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모든 이파리는 떨어지고 하얀 눈으로 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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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연찮게 정만섭 아저씨의 명연주명음반에서 브람스 2번을 청취하고선, 급작스럽게 뿅 가서 매일같이 브람스 교향곡 2번을 듣는다. 클래식 연주는 묘한게, 오바하는 거 같지만 정말 많이 들어야지 전체적인 구조랑 그 구조 안에 있는 그림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분명 그 전에도 들었던 음악인데, 이번에 들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1. 첫 악장에 등장하는 악상은 낭만적으로 아름답다. 브람스가 2번을 작곡할 때 요양중이었다지? 처음 악상으로 묘사되는 정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것 같다. 브람스와 우리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무 아름다워서 아련할 정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2. 마지막 악장은 처음 그려내었던 풍경을 다시 경쾌하게 스케치하며 마무리한다. 
3. 역시 중간은 아직은 더 들어야한다. 

원래 밤에 음악을 들으면 그런가. 첫 악장을 듣고 등신같이 눈물이 나는 것이다. 뭐, 공연가도 종종 그래서 보통 혼자 다니긴 하는데. 여튼 브람스가 그려내고 있는 아름다움과 시궁창같은 내 현실이 대비되면서 나는 눈물을 질질 짰다. 그런 점에서, 브람스는 친숙하다. 브람스가 자연을 바라보는 감성은 브루크너와는 다르다. 브람스는 위대하면서도 우리의 가슴으로의 접점을 잃지 않는다. 그래, 브람스는 여전히 많이 감정적이다. 그래서 인기가 많나 보다. 

이렇게 써놓고 나면 나중에 또 굉장히 부끄럽겠지...
근데 클래식을 듣고 맨날 까먹으니까 부끄럽더라도 이렇게 써놓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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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입맛 따라간다고 했나, 우리 가족은 부모님도 서로 고향이 같기도 하고 딱히 가리는 것도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한 편이다. 나도 부모님따라서 환장하는 음식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꼬막. 
꼬막은 진리다.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새해 첫 포스팅인데, 꼬막사진 올리고 싶은 걸 보니 배고픈 모양이다. 밥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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