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도시에서 밤을 새우고 공장에 들어가는 사람들과 첫 차를 타고 집에 들어와서 골아떨어졌는데 일어나보니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훌륭한 지휘자들이 많지만 아바도는 그의 인품,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지휘스타일, 모두 다 훌륭한 최고의 지휘자였다.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나는 새로운 지휘자와 연주자의 이름을 배우며 살겠지만, 아바도는 내게 언제나 최고의 지휘자로 남을 것이다. 


<La magia dei suoni>


이건 아마 이탈리아에서 찍은 아바도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듯 싶다. 이태리어를 모르니 아무것도 안 들리지만 ;;; 그가 지휘한 공연들이 잘 갈무리되어있다.

artjournal의 기사를 빌어 그에 대한 추도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The loss of Abbado is irreparable. 

He archieved the highest summit of music in Europe― artistic director of La Scala, the Vienna State Opera,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the Berlin Philharmonic― and stamped each them with a facet of his principled personality. He was known for leaving jobs early on a point of musical principle. He was, in fact, the first music director of the Berlin Philharmonic to leave the post alive. 

… At this moment, I want to remember Abbado the man:stubborn, inspirational, shy and with a smile that could melt glaciers. "

sinfinimusic.com의 기사를 덧붙인다.

"세계는 위대한 마에스트로를 잃었다. 베르디는 바로 이런 이를 위해 그의 레퀴엠을 준비한 게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메일을 확인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야후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뭐 야후가 철수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석별의 정을 담은 메일을 보낼 줄이야. 닷컴 열풍의 주역이었고 굴지의 기업이었던 야후의 철수는 그 모습이 참 쓸쓸해보인다. 가끔 플리커를 둘러보는 일말고는 미쿡 야후는 전혀 볼 일이 없으니 사람들은 야후를 잊을 것이고, 그 뒤의 세대는 야후라는 이름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모든 패자의 이름은 그렇게 잊혀진다. 잊혀지고 추방된 이름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벤야민과 같은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 수집가들뿐이다.


1. 도입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 그리고 머지않아 다가올 대선까지,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들은 단순히 정치적인 행사라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가 속해있는 한국의 정치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간 정치에 무심하다고 비판받았던 젊은 세대가 앞장 서서 정치적 담론을 유포시키고 있는데, 보수정당이 그 심각성을 이제서야 알아챈 SNS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젊은이들은 어르신들 못지 않게 정치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심지어 잉여들로 불리우는 사람들조차도 웃음거리의 소재로 정치를 활용한다. 이천년대에 들어서면서 무척이나 꼰대스럽게 지적되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누명에 대해 비웃듯이 이제는 보수 정당들에서 앞장 서서 젊은이들의 의견표출에 대해 경계하고 심지어 그것을 따라하는 웃지 못할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뭐 지금 정권의 무능과 실패와 말할 것 없고 이에 따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세대들이 그러하다. 나는 장기간의 궁핍과 어려운 삶을 참아온 젊은 세대의 뭔가 참을 수 없는 짜증을 그 원인으로 들고 싶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status quo가 아니라 어떠한 방향으로든 이 나라가 변화하는 것이다. 뭐 거창한 어떤 논리들보다도 정말이지, 지금 이 나라는 도무지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젊은 세대가 보여준 태도는 정치적인 성격이나 정책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반대보다는, 맨날 하는 짓만 하는 우습고 지겨운 기성 정치인(그 약력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기성'스러운)과 그 정당에 대한 조소와 경멸이다.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 뿐이지, 극심한 혐오라는 점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정치에 대한 감정은 그 어느 혁명 시기와 같이 격렬하다. 증오받는다는 점에서는 지금 정권과 군사정권은 별반 다를 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진보 진영 일각에서 내놓는 당근들, 정권 창출 이후에 대한 여러 낙관적인 전망들을 경계한다. 노무현 정권을 무너뜨린 무관심과 비협조도 지금의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혐오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감정적 기반을 갖고 있었다. 왜 노무현 정권이 좌초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지금은 보다 더 뻔뻔하고 앞뒤가리지 않는다 뿐이지 정치인들의 행태는 별반 다를바 없었음을 우리는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진보진영이 집권한다면, 그들이 권력을 가진다면 한국의 여러 문제들은 해결되고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지지에 대해 후회하고 혐오하지 않게 될까? 나는 권력 자체의 속성에 의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훌륭한 사람들이 권력을 갖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의 권력이 보다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들 역시도 훌륭하지 않았던 사람임을, 기성 정치인과 똑같은 놈이었음을, 그래서 또 그것의 반대급부로 무관심과 지금처럼 악몽같은 정권이 돌아올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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