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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생소한 일이지만, 무덤이 없는 사회도 있다. 사실 매장이라는 풍속은 많은 자원의 소모를 유발한다. 예전에 화장을 장려하면서 한국처럼 묘를 쓰다보면 언젠가 전 국토가 묘지로 변하리라던 광고를 기억해보라. 물론 그런 일은 없을테지만, 매장이라는 풍속이 꼭 절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인도인들은 그랬다. 아니, 힌두교도들은 그러했다. 돈이 있든 없든, 장작을 사서 가트에 가서 시신을 태운 다음에 겅가 강에 그 재와 (장작 살 돈이 부족한 자들의 경우에는 타다 남은) 시신을 강에 떠내려보내곤 했다. 아주 보편적으로 화장을 하는 이유로 힌두스탄에서는 힌디들의 묘역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그와 대비해서 이슬람교도들은 매장을 택하고, 경우에 따라선 굉장히 화려하게 묘역을 만드는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곳곳에 있는 성자들의 묘역은 참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흡족했던 순간은 종교적 차이로 인해 생겨난 관습의 차이를 발견하는 순간들이다. 더 넓게는 문화의 차이를 한 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인도여행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 묘지가 있는 스리나가르는 오랫동안 이슬람의 영향 아래 있었고, 무갈 제국이 인도로 남하하는데 본거지의 역할을 한 지역이기도 해서 인도와의 동질성이 가장 부족한 지역이기도 하다. 많은 힌디들이, 힌두스타니들이 카쉬미르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면서도 그곳 주민들에 대해선 파키스탄의 첩자라거나 혹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부족한 사람들로 바라보는데는 뭐 역사적인 과정도 한 몫 했겠지만 저런 문화적인 차이에서 받는 충격 역시도 뺴놓을 수 없을 게다. 다른 인종, 다른 종교, 다른 역사,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국적을 가진 이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여행객에게는 즐겁지만, 그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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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었다.

 

여행의 막바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델리로 돌아온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다.

여행에서 피부병에 걸린 것도 있었고 너무 덥고 추운 곳을 오랫동안 돌아다녀서 몸이 탈이 난 것도 있었지만, 고기를 못 먹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 게 한 것은 이제 인도를 떠나 한국으로 가야한다는 운명 그 자체였다.

그 땅은 나를 사로잡았고 이제 막 만난 사랑을 떠나서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몹시나 절망스러웠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이유는 일정과 상관없이 너무나도 많았다. 발에는 종기가 나서 걷기가 힘들었고 피부병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고 따뜻한 잠자리와 몸에 맞는 음식, 누군가 달라붙지 않는 안전한 길거리, 보고 싶은 내 친구들,..

이런저런 이유들로 나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더는 여행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러나 라닥을 떠나서, 스리나가르를 지나 돌아오는 매 순간순간마다 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끊임없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들었다.

델리는 처음 바라나시에서 올라왔을 때도 좋지 않았지만 다음날 귀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최악이었다.

울적하고 몸도 꾸리꾸리하고 해서 나는 하루종일 방에 누워서 TV를 봤다.

인도 TV는 채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더 신기한 것은 그 채널들이 각자의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채널은 힌디로 어떤 채널은 구자라띠로 어떤 채널은 펀자비로 어떤 채널은 영어로....

인도는 떠나는 내게 인도의 영화와 음악을, 그들의 매체를 내게 전달해줬다.

한없이 울면서도 신기한 물건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고 뚝 그친 아이처럼 나는 마지막 날의 슬픔을 그들의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견딜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기약없이 여행을 미루고 있지만

인도 영화와 인도 음악은 아직도 내게 그 "위험천만한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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