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로 가는 버스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를 바라본 건지, 아니면 포즈를 잡은건지 모르겠다.

인도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했다.

 

포즈를 잡는 인도인도 자연스럽고 포즈를 잡지 않는 인도인도, 사진을 찍지 말라고 거부하는 인도인도 자연스러웠다.

어떨 때는 너무 뻔뻔해보이고 그 뻔뻔한 모습이 어떨 때는 너무나 자유로워보이고..

 

덕분에 나도 꽤나 뻔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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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마유르 꽃.

불안불안하게 빙산을 넘었던 우리의 버스는 라닥에 못 미쳐 라마유르 부근에서 결국 멈추고 말았다.
그때, 내 옆에 앉았던 그 친구가 말했다.
"우리 라마유르에서 내리지 않을래?"
그 말을 듣고 이게 여행이구나, 실감했다.
나는 그 말을 했던 친구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또 길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나를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는 몹시나 충동적이고 변덕이 심한 사람이다.
기분파라고 해야하나.. 귀도 얇고, 은근히 겁도 없고 대책도 없어서 여행다닐 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던 적이 많았다.
처음으로 라닥에 온 우리는 고산병때문에 휴식이 가장 급했고 내게는 일행도 있었지만,
왠지 그 땅을 밟는 것 자체가 스릴있고 즐거워서 들뜬 마음에 라마유르로의 여행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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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파는 소녀.

 

 

너를 떠올린다.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특히 인도엔 널린 게 사람이니까) 그들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지만(실은 거의 다 기억한다 근데 안 그런 척 해야할 때가 있어) 너는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다. 바라나시 우체국의 조그만한 앞마당을 지날 때면 너가 내 팔을 붙잡고 뽀스트카드, 뽀스트카드라고 부르짖곤 했다. 난 내 사진을 인화해서 엽서로 보냈기 때문에 너의 엽서들이 필요없긴 했지만, 왠지 그때는 호객하는 인도상인들이 얄미워서 너의 엽서들을 사지 않았다. 그러나 너는 내 거절이, 아니 내가 기억에 나지 않는 것마냥 처음 온 여행객에게 하듯이 매번 똑같이 생경한 자세로 내 팔을 잡고 뽀스트카드, 뽀스트카드 이렇게 두 번 말하곤 했다. 사지 않는다는 시늉을 하면 너는 토라진 것처럼 다른 여행객들에게 쫄래쫄래 가곤 했지.

어려서부터 장사를 하는 걸 보니 너도 그리 집안 형편이 좋진 않았던 모양이다. 야무지고 쓸데없이 대화를 허락하지 않는 너의 단호함에 비추어 너가 아마 어린 동생을 둔 장녀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냥 내 상상이다. 그러나 지금 다시 이 사진을 보면 너는 적어도 장터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보다는 훨씬 잘 입고 훨씬 잘 씻었다. 그리고 사실 파는 사진들도 적어도 먼지는 끼지 않을 정도로 최근에 프린트한 사진들이었어. 지금 너는 아마 그때보다 더 야무지고 예쁜 아이가 되어서 아마 조만간 결혼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 전에 사과를 하고 싶다. 사진을 다시 보기 전에는 난 널 그저 구걸하는 아이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저 한국에서 생각한대로 너에게 엽서를 사는게 부도덕하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작별할 때도 되도 않는 연필 선물을 했지. 너가 콧방구 뀐 것도 나는 이제 이해한다. 내가 무지했다.

그런데 막상 너가 사는 곳으로 가면 나는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부도덕한지 도무지 판단할 수 없구나. 너무나도 자본주의적인데, 또 너무나도 전통적이어서 나는 무엇으로부터 윤리를 찾아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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