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비쉬누 게스트 하우스. 아니 Rest House 였나? 어쨌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다시 찾아갈 때는 그 위치로 찾아갈 거니까. 그러나 사실 이제 다시 바라나시의 그 골목길을 길을 잃지 않고 다닐 자신은 없다.

 

그해 바라나시의 봄(?) 은 몹시나 더웠다.

가트에는 더위먹은 똥개들만 그늘에 숨어 낮잠을 취하고 있었고 정말 부지런하게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던 인도 사람들도 계속 덥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소년들만 그 더위에도 크리켓을 치고 겅가 강의 시원함에 몸을 맡겼다. 겅가 강의 소년들, 그리고 뱃사공들의 피부에 대해서 떠올려본다. 겅가의 태양에 단련된(아마 이 경우 태양신이 따로 있겠지) 윤기나는 검은 그 피부. 바늘로 찔러도 튕겨나올 것 같이 탄력있어보이고 더러운 겅가강물에도 오염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지나친 자외선 노출로 인해 겅가 강변에서도 종종 피부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비쉬누 레스트 하우스는 가트 바로 위에 있어서 아주 전망이 좋았다.

방은 조금 후진 감이 없지 않지만 저 테라스에서 지낸 날들은 인도의 어느 숙소에서도 누릴 수 없었던 호사스러운 날들이었다.

자이살메르의 루프탑에서 보낸 저녁들은 서늘했지만 겅가강변의 시끌벅적한, 그리고 다채로운 만남들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 자리에서 나는 조제를 생각하고, 맛없는 밥을 먹고, 현승이와 맥주를 마시고, 인도에서 유일하게 본 중국 청년과 대화를 나누고, 수학여행온 영국 여자애들과 부질없는 일출구경 계획을 약속하고(약속을 왜 안 지키니 나쁜 기집애들아), 일기를 쓰고, 기타 등등

외롭지 않았다. 정말이지 외로울 틈이 없었다.

 

 

지금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발표를 해야하나 그냥 포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글을 쓸 자신이 없다, 저기 앉아있던 나와 대화를 나누면 아마 그는 내 말에 콧방구도 뀌지 않을 것이다.

염병할, 어쨌든 나는 지금 저기가 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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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히말라야 안에 위치하고 있는 라닥 지방을 가는 길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항로, 두 개는 육로인데 라닥이 3000m이상 고지에 있는 분지의 형태인지라
상당히 높은 산들을 건너가야하고 때문에 눈의 녹는 정도에 따라 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육로 중 하나는 마날리를 경유하며, 만약 델리에서 올라갈 경우에는 3~4일이 소요되는 그나마 짧은 길이고(이것저것 생각하면), 다른 하나는 잠무를 거쳐 스리나가르에서 버스를 타고 깔길을 경유해서 올라오는 코스인데,
지도를 보면 꽤나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스리나가르 관광을 할 게 아니라면 돈과 시간이 꽤나 드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스리나가르에도 관심이 있었고(꽤나 즐거운 추억이었다),
라닥까지 넘어가는 길에 보이는 카쉬미르와 히말라야의 멋진 풍광덕에 비록 길을 꼬불꼬불,
중간에 버스가 고장나서 뜻하지 않은 라마유르 관광까지 했지만 그 나름의 멋진 기억이 남아있다.
스리나가르에서 택시를 구하면 6~7인에 10000루피 정도를 지불하고 빨리 넘어올 수 있지만
고산병 적응과 비용,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하면 버스도 나쁘진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물론 로컬버스라 디럭스라곤 하지만 자리가 편하진 않고, 중간에 눈이 내리면 고립되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진 꽤나 여행운이 좋았던 편이어서 라마유르에서 대타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을 제외하면
꽤나 빨리 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약 버스를 탄다면 오른쪽 창가 좌석 자리를 사수하기를 추천한다. 좋은 경치는 오른쪽에 다 모아놨다.
다음은 스리나가르에서 라닥으로 넘어가는 길 위의 풍경들. (5월에 보는 설산은 어찌나 신기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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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나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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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카쉬미르의 계곡
만년설이 녹으면서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수목한계선을 넘어서 사막을 형성하고 있는 라닥에 비해서
카쉬미르는 해발 2000m 정도에 자리잡고 있어서 산에 수목이 잘 자라있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기후도 괜찮고 너무나 아름다운 곳인데.. 정세가 너무 불안하다는 단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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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다가 꼬불꼬불 절벽길을 올라가서 설산들을 건너가면
카쉬미르와 라닥의 접경지대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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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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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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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뜯는 소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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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카쉬미른데 순서가 잘못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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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라닥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산에 나무가 사라진다.
묘한 질감의 산등성이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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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8m까지 올라가는 스리나가르-레 도로.
참고로 이 구간은 480km였나,... 서울에서 부산가는 정도의 길이지만 일박이일이 걸린다는 거...
이 부근부터 버스가(지금 생각해보면 디젤차라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힘이 딸려서
결국 걸어서 여기를 건너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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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유르.
고산지대에 처음 들어서서 발을 옮기는 게 상당히 힘에 겨웠지만,
한 4km는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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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던 티벳 불교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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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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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에 도착.
라닥의 도시들은 마치, 사막 위에 자라난 싱그러운 나뭇잎을 생각하게 한다.
레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에-

뒤이어 나오는 사진들은 돌아오는 길에 찍은 것들.
그때는 몹시나 슬픔에 젖어있었고 또 엄청 추웠기 때문에(6월이었는데;;)
사진이 별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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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양고기 비빔밥을 팔던 가게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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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스 부근. 영하 50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산만 봐도 무지 추워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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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산들.
오뉴월에 내리는 비가 이 지역에선 폭설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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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쉬미르로...
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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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 글을 보다보니,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라닥'이라는 이름의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의 집이 여행이라면, 지금 안산에서의 내 삶도 여행의 일부가 아닐까.
인도 영화 대사 중에 "우리는 사랑을 찾는 여행 중에 또다시 만날 거에요."라는 작별인사가 떠오른다.
이 모든 것이 여행, 그리고 또 여행이라면.
예전에 편집했던 인도사진들을 다시 편집하면서 나는 또 변했다. 변한 것을 알아챘다.
raw로만 사진을 찍어놔서 돌아올 때는 정말 많이 궁시렁거렸는데,
이게 더 나은 선택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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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더 즐거운 여행이 나를 기다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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