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 수록된 "지도중독"을 보면 5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B라는 친구가 나온다. B는 주인공인 M의 일종의 지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애니어그램을 통해 M에게 하나의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음, 뭐, 실은 그 애니어그램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주변사람들의 애니어그램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애니어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그간 주변사람들에 대해 관찰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하고 그것들이 어떤 일관된 느낌을 갖고 있는지, 혹은 그것은 정확한 판단인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할 게다. 무엇보다 지금껏 내가 그들에게 느껴온 막연한 감정들에 대해 정리하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파악하면서 그들에게 배울 점은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나도 그들에게 하나의 이정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내가 하고자하는 시도는 꽤나 유익한 것이 될게다.

은희경만큼 솜씨있게 글을 쓰진 못하겠지만 그녀가 견지하고 있는 글쓰기의 자세를 본받아 글을 써보고자 한다. 내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즉 일상을 재발견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실체를 정확히 포착하며 예리한 위트로 그것을 잘 도려내는, 일종의 수술. 환원론적이지만 잘라낸 암세포의 병리를 발견하고 전체 몸을 낫게 하는 의사의 역할을 나는 내 글과 표현양식에서 기대한다.

좀 진지해졌는데, 실은 은희경처럼 위트있게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그냥 계속 진지하게 쓰고자 한다. ㅠㅠ
아참, 나름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니셜은 무작위로 설정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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