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실실대며 웃고다니지만 실은 성격이 매우 불같은 편이다. 차분한 척 하지만 차분하지 못하고 예민해서 아주 작은 일 하나하나에 자극된다. 천성이 예민해서 일찍 죽은 시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이 어떤 심정을 느꼈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신의 보호하심으로, 나는 여지껏 살아있다. 교육은 내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었고 수년전에 수없이 흘린 눈물로 흉진 가슴은 예전보다 많이 닫혀있어서 예전보다 자극에 더 강해진 게 아닐까 싶다. 항상 냉담하고 거리를 재는 버릇은 뽀나스.
그러나 그런 수동적인 삶의 자세로는 나의 갈망을 도저히 채울 수 없다. 절대로 채울 길이 없다. 결국은 어떤 상처라도 감수하고 마음을 열고 나아가야지 내가 그토록 갈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고독, 외로움이 그간 나의 벗이었다. 그네들은 나의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지만 가슴의 불은 끄지 못해 사람을 지독한 고통에 빠트리는 역할을 한다. 그네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의 마음을 열어야한다. 하지만 나는 내 가슴을 열었을 때 사람들이 내가 지독히 갈망에 빠져있는 사람이란 것을 파악하는 것이 몹시 두렵다.
그래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작정 눈보라 속을 걸었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지만 눈보라 속에서는 내 마음이 식을 줄 알았다. 생각을 그치고 죽을 병에서부터 잠시라도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님이 계신 곳을 향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구만. 그저 낙담하여 신을 향해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을뿐.

당신은 말한다. 내가 괴롭다는 것을 안다는 그런...아니 근데 문장구조가 명확하지 못해 어떻게 보면 나를 탓하는 글인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나를 우선 몹시 아프게 만들고 사소한 실수들로 나를 몹시 혼란스럽게, 그리고 지치게 만든다. 나는 당신을 응원할 생각이 없다. 나없는 동안 괴롭고 힘들어서 나를 찾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이런 비참한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꼭 그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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