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란 말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음, 나는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오늘이 한겨울인지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날짜를 세지 않게 되었고,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고 바람이 찬지 따뜻한지 느낄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늘 추웠는데, 아마 그 상태가 영원하리라 생각했나보다. 음, 했나보다가 아니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요새는 아예 시계도 보지 않는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늘 자던 시간에 자고 늘 학교가기엔 약간 늦은 시간에 일어난다.
오늘은 나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내 곁을 떠나가서 난 매일매일을 이별하는 심정으로 지냈다.
온통 깜깜하고 어두운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분명 나는 살고 싶은데 어떻게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다.
신은 구하는 자에게 최고의 것을 주신다고 하는데 나는 천성이 의심이 많은 놈이라...
나에게 믿음은 '의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문자는 아주 신기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정말 너무나도 신기한 타이밍이어서 나는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 문자는 내게 지금 내리는 게 눈이 아니라 진눈깨비이며 너는 작년 이맘때쯤에는 열심히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점을 내게 환기시켰다. 마치 고려말의 은자가 산골에 수십년간 쳐박혀 있다가 어느날 고려는 망하고 조선조가 들어섰다라는 말을 듣는 그런 기분? 나는 푹 눌러쓴 후드를 잠시 열고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반짝반짝 내리는 것이 입술에 와닿았고 그것은 처음엔 차가웠다 이내 따뜻해졌다. 음, 나는 흥분된 기분을 가라앉히고 잠깐 그때 그 계절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여름과 가을에는 정말 철저하게 외로웠기 때문에 그 전의 계절이 그때보다 훨씬 좋았던 때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때 내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 동전은 내가 보이는 곳에서 소리를 내려 굴러가고 있었다. 나는 쫄쫄쫄 그 동전을 따라가면서 비를 맞았고 봄이 오는 것을 느꼈으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훔쳐먹었고 술마시고 노래불렀다. 그동안 내 그림자는 서서히 길어졌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음.............
길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좋은 놈이 아니면서도 남을 쉽게 정죄하고 또 죄인으로 몰아가려는 단점이 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탓이오'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지 않았다면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화내야할 상황도 없었을 것이고 풀지못하는 의심에서 나오는 까칠함도 없었을 게다.
에이고 미련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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