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을 많이 써보진 않았다.

우선 흑백을 온전히 현상해주는 곳을 찾기 힘들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여태껏 흑백필름은 딸랑 두번 써봤을 뿐이다.

이번에 사용한 neopan400이 그 두번째 필름인데 결론부터 내리자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왜 neopan400인가,

예전에 일하던 사진관에서는 흑백현상, 흑백인화를 해주진 않았지만(전용약품이 필요)

흑백스캔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스캔을 하고 디지털인화를 하는 것이므로)

지금 한나라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강명순 목사님(그때는 그렇게 대단한 분인지 몰랐다는;)이

어느날 예전에 촬영하신 필름을 가지고 스캔을 주문하신 적이 있다.

그때 맡기신 필름이 바로 neopan이었다.

기억나는 건 감도도 써있지 않고 그냥 neopan이렇게 써있는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필름들 속에

따뜻한 풍경들이 빛도 바래지 않고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오래된 컬러네가들을 인화해보면 왠지 빛바랜 느낌 있지 않은가.

그런 세월의 풍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흑백필름이라면 오래된 필름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것이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안에 풍경들이 컬러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살아남았음을 느꼈다.

그때 꼭 neopan을 한번 써보자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DSLR을 영입하고 학업이 바빠지면서 일을 그만두고도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일반 네가필름들도 6개월만에 현상하고 흑백필름은 꿈도 못꾸는 날들이었다.

한참 있다가 이번 가을에 새학기가 되고 다시 MX를 꺼내들면서 neopan400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MX+m50.4mm로 촬영된 것들이다.)

 


가을길


단풍


학교농구장, 밤


달밤, K관 앞


웃는 친구


어두운 곳에서 비교적 만족스럽게 나온 사진
학교선배


어둠에 잠기다





neopan400을 쓰면서 느낀 장점은 다음과 같다.

입자가 곱다. 감도400의 필름임에도 불구하고 입자가 거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광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물촬영용으로 부담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조금 노란끼가 도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주관적인 색감판단임;)

왠지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단, 사진들이 전부 오버로 찍혀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두루뭉실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입자가 부드러워서 더 그런가..

이건 여러번 써보면서 더 알아봐야겠지만 원경을 찍거나 자세한 묘사가 필요한 사진에는 안어울릴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흑백필름들을 또 만나볼 지 모르겠다.

만약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면 자가현상을 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번에 neopan400을 통해서 얻은 만족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첫 흑백필름(두번째지만 처음은 멋도 모르고 썼던;)으로 기억될 것 같다.

 

(2008.12.13 ,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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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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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처음으로 다가온 태풍,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었고, 또 비때문에 피해도 많이 있었지만

가끔 태풍이 지나가는 모습은 천연덕스럽게 너무 멋진 경우가 있다.

자연의 미묘함이랄까,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은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교회에 가는 길에(그날도 비가 많이 왔는데) 어느 순간 하늘이 개고

그야말로 CPL필터를 거친듯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드러났다.

그래서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다시 어두컴컴해진 하늘,

실망해서 교회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운좋게도 파란 하늘을 만났다.

그래서 남길 수 있던 기억들.

K10D + DA18-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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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가기 한달 전 마지막으로 간 홍대앞 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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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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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hate라는 말과 fuck japs라는 말이 상당히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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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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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왠지 모르게 많이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군에도 가져갔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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