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상호대차 업무를 하는 건 대략 1주일정도 남았다.
뭔가 새롭게 일을 혁신하거나 작업방식을 개선시킬 필요없이 주어진 과제들만 잘 해결하면,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되는 아주 편안한 일이었다.
아주 잘한 건 없지만 딱히 못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중간에 이런저런 개인사들때문에 힘든 적도 있었지만 뭐 일은 잘 했으니까.

돈은 하나도 모으지 못했다. 중간에 카메라바꾸고 옷사고 하느라 다 써버린 것 같다.
술을 줄인만큼의 돈은 다 개인적인 용도로 이렇게저렇게 나가버렸다만, 그리 후회가 되진 않는다.
옷은 필요한 시점에 싸게 잘 샀고 카메라도 만족스럽다. 음반, 책 산 것도 나름 알뜰하게 잘 구매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공부를 많이 하진 못했지만 대신 내실있게 독서를 한 것 같다.
음, 6개월동안 남은 것은 독서뿐이다.
그리고 좀 좋은 사람들.

나는 이제 내 인생이 어떤 순간,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확 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는 진학이, 연애가, 입대가, 여행, 정치, 혹은 그 무엇인가가 나의 인생을 확 변하게 만들거라고, 혹은 어떤 치열한 현장으로 나를 이끌어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아주 딱딱한 암벽이나 다를바없어 적어도 나의 짧은 삶 동안에 그것이 확 변하지 않는다. 당신의 마음처럼.
대신 꾸준함과 인내심을 가져야겠다. 삶의 변화는 거북이걸음처럼 아주 느리기 때문에. 속태워도 거북이는 빨리 뛰지 않는다.

나는 당신에 대해 아주 비관적인 전망을 견지하게 되었다. 그 사랑이 포함된 내 삶도 매우 비관적이야. 물론 나는 끝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겠지만, 세상이 너무 어두워 아차하면 그 끈을 놓쳐버릴 것 같다. 더 날이 어두워지지 않게 해달라고, 빛을 달라고 매일 기도한다. 해는 져버리고 달도 없는 밤에 별마저도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검은 물같은 밤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2. "누나 나랑 결혼할래요?"
나의 망언록을 장식할 주옥같은 명대사 작렬.

은 아니고, 그런 사람이 있다.
오래 떨어져 있으면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운데 막상 같이 다니면 빨리 지쳐버리는.
아마 30%는 진담이 아니었을까 싶다.

3. 혼란스럽지만 글을 계속 이어가보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이미 잠을 많이 자서 기분좋게 아침에 일어나는 건 글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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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의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받는 사람들의 특징은 속이지 않고 자기자신에게 충실하면서도 이것이 남한테 민폐가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받아서 남한테 폐끼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억눌린 삶을 살아서 그런가 조금 어리숙하고 그것이 실수가 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주인공들을 사랑한다.

자기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느끼는가 알고 그것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
나에게는 내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때문에 사랑받기란 정말 아주 어려운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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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란 말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음, 나는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오늘이 한겨울인지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날짜를 세지 않게 되었고,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고 바람이 찬지 따뜻한지 느낄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늘 추웠는데, 아마 그 상태가 영원하리라 생각했나보다. 음, 했나보다가 아니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요새는 아예 시계도 보지 않는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늘 자던 시간에 자고 늘 학교가기엔 약간 늦은 시간에 일어난다.
오늘은 나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내 곁을 떠나가서 난 매일매일을 이별하는 심정으로 지냈다.

온통 깜깜하고 어두운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분명 나는 살고 싶은데 어떻게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다.
신은 구하는 자에게 최고의 것을 주신다고 하는데 나는 천성이 의심이 많은 놈이라...
나에게 믿음은 '의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문자는 아주 신기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정말 너무나도 신기한 타이밍이어서 나는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 문자는 내게 지금 내리는 게 눈이 아니라 진눈깨비이며 너는 작년 이맘때쯤에는 열심히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점을 내게 환기시켰다. 마치 고려말의 은자가 산골에 수십년간 쳐박혀 있다가 어느날 고려는 망하고 조선조가 들어섰다라는 말을 듣는 그런 기분? 나는 푹 눌러쓴 후드를 잠시 열고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반짝반짝 내리는 것이 입술에 와닿았고 그것은 처음엔 차가웠다 이내 따뜻해졌다. 음, 나는 흥분된 기분을 가라앉히고 잠깐 그때 그 계절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여름과 가을에는 정말 철저하게 외로웠기 때문에 그 전의 계절이 그때보다 훨씬 좋았던 때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때 내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 동전은 내가 보이는 곳에서 소리를 내려 굴러가고 있었다. 나는 쫄쫄쫄 그 동전을 따라가면서 비를 맞았고 봄이 오는 것을 느꼈으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훔쳐먹었고 술마시고 노래불렀다. 그동안 내 그림자는 서서히 길어졌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음.............
길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좋은 놈이 아니면서도 남을 쉽게 정죄하고 또 죄인으로 몰아가려는 단점이 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탓이오'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지 않았다면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화내야할 상황도 없었을 것이고 풀지못하는 의심에서 나오는 까칠함도 없었을 게다.

에이고 미련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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