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는 연휴 첫날 아르바이트를 택했을까.
아마 제딴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허비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겠거니ㅡ라고 생각했나보다.
7시쯤 집에서 나올 땐 안산에는 적진 않지만 아직 아주 심각한 양의 비는 내리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막 도착했을 땐 해가 떠서 나는 괜히 우산을 갖고 온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20분 정도가 지나니 먹구름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은 오늘 이태원에서 약속이 잡혀있어서 나름 구두까지 신고갔는데 정말 센스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바지는 홀딱 젖어서 마치 그라데이션을 준 것 같았고 구두는 포기ㅡ벗을 수 조차 없었다.
결국 약속은 취소되고 가뜩이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변덕스런 성격 탓에 근무조차 잘 되지 않았다.
정말 도서관 일을 시작하고선 오늘처럼 일하기 싫었던 적은 처음일 정도였다. 평소엔 잘 하지 않던 핸드폰 장기만 두시간을 했다는;;
일이 끝났을 무렵에는 전철이 끊겨서 집에 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말 기분 더러울 뻔 했다는...
(부록:밝힐 수 없는 메시지)근래에 고민하고 있는 복잡미묘한 문제에 대해서ㅡ
당신의 말마따나 나는 천천히 부드럽게 접근하려 고민중이야.
그런데 실은 밀려날까봐 나역시 너무 겁이 나.
소니, 삼성 등장 이후 전자제품의 발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첫번째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전자기기의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두번째는 역으로 다른 전자기기과의 통합을 포기하고 한가지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그간 두번째의 방식을 취해왔다. 카메라는 카메라, mp3는 mp3로 다른 기능이 없거나 간소화되어 있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작은 크기에 기능은 뛰어난 제품들을 선호해왔다. 왠지 컨버젼스하면 삼성의 요상하고 밋밋한 핸드폰이나 카메라들, 어느것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복합기등이 떠오르곤 했다.
이런 필자도 드디어 아이폰을 신청했다. ㅡㅡ;;;;;;;
그런 강력한 지름신은 카메라를 지른 이후에 정말 처음인듯;;
매일밤 기다려진다. 속히 오소서......
나는 가끔은 내 주위의 상황이 나를 어디까지 이끌고 가나 가만히 그 흐름을 느끼면서 그것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대개 남의 일처럼 그것에 대해 혼자서 평을 내려보곤 한다.
잘 했어. 혹은 못 했어.
그러면 상황에 대한 나 나름의 스토리가 마치 드라마 한편마냥 내 속에 갈무리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상황, 어제 그 여름밤의 상황은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자라나고 학습에 따라 단어의 용법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를 당혹하게 만든 것은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내가 어떤 사람의 노션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상대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감정으로 내게 던진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마땅한 답을 무려 4시간동안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환경 속에서 애정이나 그것의 발현에 대해 배워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를 이해하긴 나 자신의 단어사전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막 태어난 갓난둥이처럼 그쪽의 노션에 대해서 배우고 익혀오기 시작한 때가 7년전. 그나마 엄마아빠라는 단어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여 마치 학교처럼 강력한 (연정의) 교육기제 속에서 살아온 것은 2년 전 즈음이었을 게다. 약 네댓명의 스승이 있었다. 나는 그네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그들을 학습했고 그들의 일부를 받아들였는데
(다정함, )
어제는 왠지 내가 말하는, 표현하는 방식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인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A를 말하고자 했는데 그 사람은 B를 이해했다거나......
근데 그것에 대해서 내가 지적하고 이해시키기는 너무 피곤한 노릇아닌가.
한참동안을 벽에 기대어 졸린 눈을 비비며 생각해보았는데 역시나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