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약해졌나보다.
온갖 잡생각들이 피어나고 선악의 경계가 몽롱해진다. 조금 더 지나면 내 하늘에 찬란하게 떠있는 신은 사라지고 나는 판과 요정들이 뛰어노는 그런 숲이 되지 않을까 고민된다. 아무래도 많이 약해진 모양이다.
-나는 왜 그렇게 고독해야만할까?
이 문제를 두고 나의 양심과 가능성을 재는 이성, 욕망 등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그것들의 말을 듣고 하나하나 판단하는 판관과도 같아서 신중하고 그리고 공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게 이것을 판단해야할 의무가 있다. 내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그것이 나를 결정지을테니.
나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안고 또 그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제 술을 마시거나 무언가를 해서 일찍 잠들자는 생각은 버려야겠다. 그래서는 잠이 찾아오지 않는다. 각설하고 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다 가슴속에서부터 나오는 한 걸걸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너의 고독은 무엇을 배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낳을 것인가.
음, 그것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은 이 목소리가 교묘하게 나의 첫번째 질문의 서술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질문은 고독이라는 현 상태에 대해서 목적론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실은 나의 고독을 어떻게 정당화해야할까에 대한 질문과 같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그 질문에서 한 단계 건너뛰어서 내가 어떻게 고독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룰 것인가 질문하고 있다.
사막같은 외양을 가진 혹성L이지만 사막들 속으로 흐르는 강물이 드러나는 푸른땅에는
많은 상상이 민들레씨앗처럼 피어나서는 날아오를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불기를ㅡ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개강을 앞두고 그동안 마음먹었던 유황온천에 아버지와 같이 다녀왔다. 마침 오늘은 비가 쏟아지고 차가 몹시 막히는 날이어서 혼잡스러운 외부순환로를 돌고돌아 2시간여만에 일동에 도착했다. 일동에 잠시 내려서 화장실에 갔다가 뚤레주르에 들렸는데 정말...군시절 생각나는 곳이더라. 그 많은 여인네들은 다 면회 혹은 외박을 온 거겠지. 뚤레주르에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한 일병과 그의 사회인 친구들을 보면서 참...내가 근무한 부대는 철원 43번 국도쪽에 있어서 환자애들이 매번 일동병원으로 외진을 오면 운행을 나가곤 했다. 애들만 병원에 데려다주면 거의 하루종일 자유시간이어서 참 인기가 많았던 배차인데 오늘 일동에 가보니 그때 군의관님과 같이 갔던 피씨방들, 중화요리집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게다가 롯데리아!) 참 왠지 모를 향수를 느꼈더랬다.
내가 간 일동제X유황온천은 꽤 정갈한 시설에 괜찮은 온천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안산에서 구질구질한 찜질방가는데 드는 8천원돈보다 싼 성인7천원으로 즐거운 사우나를(안산 너무 비싸..) 만끽할 수 있다. 탕 종류도 나름(?) 다양한데다가 노천탕에는 남자들이 환장하는 인공폭포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 관리도 꽤 열심인듯 해서 탈의실이나 욕실 내부의 청결상태는 꽤 훌륭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유황이 함유되었다는 게 적어도 뻥은 아닌 듯 하다. 두어시간 정도 사우나를 하고 나니 피부가 완전 개뽀송뽀송(집에 와서 땀흘리니 바로 다시 막장으로 돌아왔지만)한데다가 나의 말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한 가려움증까지 한동안 씻은 듯 느낄 수 없었다.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곳이라 장담할 수 있다. 다만 거리가 먼 게 좀...온천 좋아하고 근교로 여행다니는 거 좋아하시는 분은 뭐 일동 주변에 구경할 곳도 많고 하니 한번쯤 다녀올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음 실은 개강을 앞두고 유황온천을 갔다왔다 뭐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적으려 한 것은 아닌데 오늘 하도 좋은 인상을 받아서 주저리주저리 적은 것 같다. 개강을 앞두고 나는 내 진로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여행, 그리고 방학 동안의 예기치않은 칩거기간동안에 생각한 대로 나는 OOOO가 되어야할 것 같다. 음, 그건 일단 될 때까지 비밀.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건 아직 불분명한 것 같아......다만 그간 원칙은 몇개 세워두었으니 그 원칙대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생각하지만 워낙 내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변덕이 심한 사랑이라 어찌될 지 모르겠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두고 내가 왈가왈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내가 적어도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내가 정말 때려죽일 죄악에 대한 희구를 품고 있지 않은 이상 나쁜 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의 4개월의 나의 포부를 밝히자면
"OOOO가 되고 싶다!" "ZZ는 잊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뭐 이렇다.
잘 되길......
나는 가끔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꿈꾸는 것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하는 생각을 한다.
자꾸 이야기하고 거기에 대해서 서로 반응하고 그 반응을 통해 다시 나의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그런 만남.
현실상에서는 내가 다니는 학교와 과에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주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블로그를 많이 돌아다니고 많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지만 인터넷으로 누군가를 알아가기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내가 글을 열심히 쓰고 많은 컨텐츠를 가지고 이 블로그를 매혹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길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성공한 블로그들을 살펴보면 운영자가 제공하는 컨텐츠의 호불호를 막론하고 그 사람이 관심있어하는 분야 혹은 주제에 대한 엄청난 열정으로 꽤 정성들여 컨텐츠를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성공한 블로그 중 적어도 '발'로 만든 블로그는 없다. 그 글의 내용이나 주인장의 관점에 대한 비판은 존재할 지 몰라도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방문자들이 이미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방문자들이 많다는 것은 조작이 아닌 이상 그 블로그에는 많은 방문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웹검색이 '정보'를 찾는 여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성공한 블로그가 줄 수 있는 매력은 그것이 가진 '정보'가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끔은 정보보다는 인맥에 주력하는 블로거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친구'만으로 천명이나 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인터넷 이용은 '정'이라는 요소보다는 '이익'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나 많은 친구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없을뿐더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그 유익한 정보를 꾸준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가능할 수 있는 상황, 즉 열정이다. 블로그 운영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 블로그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꽤나 높아진다. 모든 열정적인 블로거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열정적인 블로거여야 성공한다는 명제는 들어맞으니까. 심지어 제품을 홍보하는 블로그조차도 홍보에의 열정이 사그라들면 결국 폐쇄의 길을 걷는다.
나는 무엇에 열정을 품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근래에 내가 가장 큰 열정을 바친 것은 순정이었다. 약 2년간의 순정. 그러나 그것이 여러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나의 사랑에 대한 표현의 열정은 부족했음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그리고 웹상으로도. 아마도 그것에 대해서 나중에 그럴듯한 소설이라도 하나 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 약간 논외의 이야기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을 비롯해서 어떤 표현수단을 가지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생각을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열정의 표현이다. 막연히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사랑이야기는 실패하게 되어있다.
그 사랑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열정을 품었던 분야는 사진이었다. 지금도 열정이 없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나는 이것을 지속적으로 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방황하고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2004년경 사진을 접하고 사진이라는 예술이 가질 수 있는 명료함과 모호함에 반해버렸다. 무엇보다도 사진기가 보여주는 효율성, 마치 총을 쏘는 것과 같이 한 순간을 쉽게 나의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사진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가 됐다. 한참을 고심해서 흐릿한 글을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사진은 시각이미지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든 회의,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을 어떻게 지속해야되느냐의 문제는 내 열정을 소진시켜고 있다.
그 외의 여러가지 것들. 음악, 영화, 문학, 여행 뭐 여러가지 일들. 나는 모두 좋아하지만 열정을 느끼고 있진 못하다. 2004년 사진기를 쥐었을 때처럼, 2008년 그 사람을 봤을 때처럼 나를 불타오르게 만들 그 무언가를 나는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