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은 지 오래되었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그런걸까.
점심이 지나도록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도 마음도 주머니사정도 그리고 여러가지 어두운 전망들로 인해, 요새 참 흐리다.

아무래도 집에서 나가야겠다.
우리 가족들을 절대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개인으로서 나는 집에 더이상 있기 힘든듯 싶다.
처음 문장을 다시 고쳐말해야겠다. 아무래도 빨리 독립해야겠다. 근데 당분간은 독립할 방도가 보이지 않아......
그래서 더더욱 답답한 건지도 모르겠다.

습관처럼 인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만지다가 그만두곤 한다. 나는 6월중에 모든 사진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행기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이렇게 힘든 일일지 생각치도 못했다.
나는 그 사진들을 만지기가,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그때의 그 신나던, 사랑스럽던 풍경들과 사람들을 떠올리자면 현재의 내상태가 너무도 참기 힘들어서.
아대륙의 넓은 땅들을 바라보며, 많고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다니던 그때의 자유가 너무도 그리워서 견디기 힘들어. 특히나 오늘 만진 스리나가르의 풍경들은 왈칵 울음이 쏟아질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뭐가 그렇게 급하고 뭐가 그렇게 의심스러웠을까. 뭐가 그렇게 불만족스러웠을까. 음.

그처럼 만족스럽고, 신나고, 기쁨에 가득차있던 날들이 있을까.
단한번 있었던 사랑의 기억이 그때의 여행에 비견할만 하겠지만 그때의 기쁨은 그것보다 더 깊은 슬픔과 절망을 동반한 것이었으니까...아무래도 순전히 기쁘고 신나던 날들은 오직 인도에 있었던 그 날들뿐이었나보다.

아무래도 그때 했던 결심들을 나는 지켜야만 할 것 같다. 요새 너무 움츠러들었었나보다.
나는 역시나 내가 하고픈, 내가 정말 신이 나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해야만 한다.
더이상 공무원같은 현실타협은 생각하지 말자. 그게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으니까.
부모님과의 타협도 더이상 없고,,더이상 포기도 없다.
더이상 포기는 있어서 안 된다.
더이상 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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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고대병원에 가서야 나의 질병의 정체는 밝혀졌다.
아, 뭔가 아무런 질병도 없는 상태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속담에도 나오는 질병으로 아주 끈질겨서 한동안 치료(라기엔 뭔가 할 게 없어!)에 전념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최악이다....

잠깐 돌아다녔을 뿐인데 알러지 약은 나를 또다시 잠에 빠져들게 한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잊어야할 얼굴을 꿈꾸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어렵사리 눈을 떴다.
이웃아파트 어디에선가 모녀가 지독하게 싸우는 소리, 위층 어디에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 애들 노는 소리,
다 멀리서 들려왔지만 내 발 끝에서 모두 독을 먹은 듯 죽어버렸다.
나는 이 좁은 땅에서도 한 소도시의 아파트 방 속에 작은 점 하나로 콕 움츠린 채로 죽어가고 있는가-

미칠 거 같아서 슈베르트를 다시 들었다.
모짜르트, 베토벤같은 사람들이 인간의 냄새를 벗어났다면 일평생 질병과 고독에 시달리며 살다간 슈베르트의 음악은
우리네 삶에 비교적 대입시키기 쉽고 어렵지 않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나는 미칠 듯한 고뇌 속에서 투쟁하는 운명 속의 영웅은 아닌가보다.

그러나 슈베르트가 마냥 소박하다는 것은 아니다.
현악5중주곡 D956같은 작품은 정열이 꿈틀대는, 슈베르트의 젊음(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곡이다. 슈베르트가 어느 계절에 이 곡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곡을 들으면 뭔가 터질듯한 여름밤의 정취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성 싶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피부 속의 가려움과 습기, 외로움들도 이 곡을 들으면 그 열기에 모두 녹아 한잔의 즐거운 술로 화해버리는 것만 같아 나는 지금 슈베르트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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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을 읽다가 초저녁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삼겹살의 힘도 크고.
여튼 방 침대에서 엎드려서 책을 읽다가 끝까지 제대로 뭔가를 읽은 기억이 없다.
역시나 오늘도, 특히 역사서설은ㅋㅋㅋ초저녁부터 나를 아주 푹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덕분에 12시경에 일어나서 아주 쌩쌩한 정신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이 생각들만큼이나 인생이 흘러가 준다면....아, 아주 끔찍한 일이 되겠구나.
간만에 뭔가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고 싶어서, 그리고 최근 나를 괴롭히는 피부병때문에 침대에 그냥 누워있기엔
정말 너무너무너무나도 좀이 쑤셔서 나도 오랜만에 나의 블로그에 들어왔다.
요새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글을 질러놓고 그것을 나중에 보면 꼭 남의 글을 보는 것같은 요상한 기분때문에
그리고 요새 나의 일상은 아주 토를 확 뱉고 싶을 정도로 내 맘에 들지 않아서 한동안 글을 적지 않았더랬다.
근데 다시 좀 근질근질한 게 이제 드디어 인도여행기를 쓸 시기가 도래한 모양이다. 흠.

지금의 선곡은 안드레 쉬프의 바하 평균율클라비어 피아노연주집.
아직도 비포어선라이즈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빈, 잘츠부르크, 아니 독일권의 어느 도시, 인도, 그리고 서울, 안산,
클래식의 매력 중 한 부분은 그것이 어느 삶이든 바하의 음악처럼 딱 아다리맞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지금의 아주 지루하고 잠 안 오는 촌도시 안산의 열대야의 밤을 새어야 들을 수 있는 평균율에 버무린다면
내게 있어 더이상 이런 호사가 있을 수 있을까.


...3시, 잠이 오지 않는다. 무언가 미련이 남아서 싸이월드 클럽을 마구 뒤지다가 '이젠'
내가 어떤 모임에서 어떻게 만족감을 얻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정말 내가 마음에 들었던 모임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 짧은 추억들과 작은 행복들이 있었을 뿐...
그것에 대한 미련이 주는 고통은 훨씬 길고 깊어, 나는 왜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모임, 사람들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그런 것에
자꾸 혼자 애착을 가질까. 제일 먼저 치고빠질 것 같은 사람이 혼자 미련하게 마지막까지 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포기할 수 없을까. 이젠 줄 정도 별로 없으면서 말이지.
재미때문에 그렇다면, 아....이제 제발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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