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약해졌나보다.
온갖 잡생각들이 피어나고 선악의 경계가 몽롱해진다. 조금 더 지나면 내 하늘에 찬란하게 떠있는 신은 사라지고 나는 판과 요정들이 뛰어노는 그런 숲이 되지 않을까 고민된다. 아무래도 많이 약해진 모양이다.

-나는 왜 그렇게 고독해야만할까?

이 문제를 두고 나의 양심과 가능성을 재는 이성, 욕망 등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그것들의 말을 듣고 하나하나 판단하는 판관과도 같아서 신중하고 그리고 공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게 이것을 판단해야할 의무가 있다. 내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그것이 나를 결정지을테니.

나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안고 또 그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제 술을 마시거나 무언가를 해서 일찍 잠들자는 생각은 버려야겠다. 그래서는 잠이 찾아오지 않는다. 각설하고 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다 가슴속에서부터 나오는 한 걸걸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너의 고독은 무엇을 배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낳을 것인가.

음, 그것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은 이 목소리가 교묘하게 나의 첫번째 질문의 서술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질문은 고독이라는 현 상태에 대해서 목적론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실은 나의 고독을 어떻게 정당화해야할까에 대한 질문과 같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그 질문에서 한 단계 건너뛰어서 내가 어떻게 고독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룰 것인가 질문하고 있다.

사막같은 외양을 가진 혹성L이지만 사막들 속으로 흐르는 강물이 드러나는 푸른땅에는
많은 상상이 민들레씨앗처럼 피어나서는 날아오를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불기를ㅡ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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