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러시아워가 유난히 지독해서 아예 집에서 일찍 나오곤 한다.

한 5시 40분쯤 나오면 날은 깜깜하고 차가운 새벽바람이 부는데 그래도 뭔가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 않다.

지하철역에는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앉아서 올 수 있는 게 어디야..

동작 부근을 지나며 서울 동쪽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고 학교에 도착하면 아침이 밝아있다.

연구실은 동쪽으로 창이 나있는데, 동쪽에는 아현동 언덕이 자리잡고 있고 저 멀리에는 남산타워가 보인다.

아현동 너머로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어두웠던 연구실은 불을 켜지 않아도 아침 햇살로 그윽해진다.

그리고 챙겨온 간식이나 따끈한 차를 마시면서 일주일을 시작하면, 썩 나쁘지 않다.

이럴 때는 소설이나 아니면 의욕을 팍팍 자극하는 책을 읽으면 좋은데, 이번 가을 이후로 나는 니체를 잡고 있다.

책을 펼치고 평균율을 들으면서 맞이하는 아침. 


*


아현동, 아침.

*


지저분한 책상..ㅠ

*


연구실, 7시 10분.

*



바흐덕분에 나에게는 파이프오르간에 대한 로망이 있다.
전자음악이 도래하기 이전의 파이프오르간은 개별악기로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능한 궁극의 악기였을 것이다.

(다만 고정비용이 너무 커서 그렇지....)

파이프오르간이 낼 수 있는 음향의 종류와 깊이, 그리고 크기는 결국 규모에 비례하는데,

필라델피아의 Macy Center City 백화점에 있는 28604개의 파이프와 463개의 열(rank)을 가지고 있는 Wanamaker organ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Wanamaker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오르간이 위치한 곳이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Wanamaker 백화점이었기 때문이다.

유서깊은 도시의 유서깊은 장소에 세계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이 위치한다는 점이... 아 참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 거린다. 가히 신대륙의 스케일!










안타깝게도 Youtube에 올라온 영상들은 화질이나 음향이 미쿡스럽지 못 하다.

다른 미국 영상들 보면 짱짱맨이던데.. 왜 얘네는 이러는지...

여튼 만약 미국여행을 간다면 저기엔 꼭 가보고 싶다. 건물크기의 파이프오르간이 뿜어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부왘....





*




*





이건 좀 시끄럽지만 실제로 음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영상.


으아 가고 싶다, 신대륙을! 마침 드보르작도 신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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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된장질을 좋아한다.

물론 된장질이라는 말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 막 까페들이 생겨나던 그 시기엔 내가 된장질을 하고 있을 줄을 생각지도 못 했다.

그러나..


어쩌면 먼 훗날에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은 사치들이 촌스러운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오면 아마 집에서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커피 자체를 마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아마 지구가 멸망하거나 이런저런 위기들 때문에 까페질을 할 여유가 없을지도, 아니면...

 

미소콩 카페는 단골은 아니지만, 가끔 매번 다니던 카페에서 외도하고 싶을 때 가곤 했다.

가게는 작고 예쁜데, 위치가 참 암담하다. 바로 앞에는 중앙동의 모텔들이 서너 개가 주르륵.

그런데 묘한 게 이 가게는 여자들끼리 많이 들어온다.

모텔들을 정면으로 마주봐서 남녀가 서로 같이 와서는 좀 어색해서일까.

신기한 일이다.


그날은 무슨 날이었더라.

다음주에 로티의 "Habermas vs. Derrida, and Function of Philosophy"라는 글을 발제해가야하는 토요일이었을게다.

나는 번역을 후딱후딱 대충대충 대신에 조금은 빨리 하는 편인데 로티 글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뺴먹을 말이 없는 아주 빽빽한 글이었기 때문에..

*


뭐 어쨌든, 그 날은 햇살도 좋고, 벽에 붙은 낙서들도 즐거웠다.

커피를 조금 주는 건 불만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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