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뭐 1년 전부를 다 바친 건 아니지만 거의 1년의 시간 동안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주최하는 "장애의 재해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장애라는 문제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는 장애학과 의료복지, 사회복지학 등의 시선에서 벗어나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학문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지지난 학기 조직사회학 수업에서 만난 MBA 석사과정의 학생(지금은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계시지만)은 조직이론과 사회심리학을 베이스로 해서 질적 방법론을 통해 연구를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고 귀가 얇고 새로운 도전에 목말랐던 나는 덜컥 그 제의를 수락했다.

프로젝트는 1차 심사를 통해 한 6팀 정도가 선정되고 나중에 8월에 내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우수팀 한 팀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심사를 통과하면 연구진행비 200만원이, 2차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되면 250만원이 지원된다. 대학원을 다니는 입장에서,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들과 비교해도 그렇게 적은 돈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는 타 학문 전공자를 위해서 한 분의 자문위원이 선정되어 연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는 단국대에서 사회복지를 강의하시는 신은경 선생님이 자문위원이었는데, 정말 적절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__)

처음 1차 심사 때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는데 그 뒤로, 그리고 나에게는 지금까지도 이 프로젝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조직을 전공한 공동연구자분과 견해 차이가 점점 두드러졌는데, 이걸 봉합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 우리의 결과물은 어찌 보면 합의의 산물일수도 있지만,, 내게는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질적 연구 방법론에 무지했고, 장애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러니까 사실 이 연구는 공동연구자분이 조직 사회학에 대한 강력한 확신에 기반하여 캐리하지 않았다면 좌초했을 지도 모른다. 많이 마찰이 있었고 때론 내가 틱틱대고 일탈한 부분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공동연구자 분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만약 내가 연구를 다시 진행한다면 내가 밟지 못 한 길로, 장애이론의 영역에 대해서 다루어보고 싶다. 고지식한 성향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늘 어떤 문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장애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내린 답들을 검토해보고 그 답들의 관계와 인간들이 구축한 장애이론의 장을 조망하는 이론적 전망대로 올라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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