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건에서 명성을 떨치던 복위표국이 어느날 가문의 비전인 벽사검보를 노린 사천 청성파의 습격을 받고 멸문당한다.
복위표국 임씨가문의 후계자 임평지만이 화산파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화산파 대제자 영호충은 성격이 호방하고 의협심이 강해 자신보다 무공이 강한 채화음적 전백광과 싸워 지모로써 항산파의 비구니 의림을 구해낸다. 그 과정에서 형산파 유정풍과 마교장로 곡양의 죽음을 목격하는데 이들은 음악을 통해 교제를 맺고 강호를 떠나려다가 오악검파의 맹주 좌냉선에 의해 중상을 입고 마지막으로 '소오강호곡'을 연주하고 영호충에게 그 악보를 전하고 최후를 맞이한다. 영호충은 명문 화산파의 제자지만 무림의 은원과 정과 사의 대립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이후 화산파에 돌아온 영호충은 의림을 구하는 과정에서 범한 과실들로 인해 천애절벽인 사과애에서 면벽을 명받는다. 그는 사부 악불군의 딸, 악영산을 사랑하는데 면벽때문에 멀어진 동안 새로 화산파에 들어온 임평지에게 사랑을 빼앗기게 되고 실의에 차서 지내던 도중에 사과애에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오악검파가 마교에 굴복했으나 비겁한 술수를 써서 패배를 감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인과 사문에 대한 고뇌에 찬 하루하루를 지내던 도중 전백광이 사과애로 쳐들어오는데 이때 홀연히 나타난 화산파 선배 풍청양을 만나게 되고 최고의 검법 독고구검을 배워 전백광을 무찌르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벽사검보를 노리고 있는 악불군의 의심을 사게 되고 믿었던 사부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설상가상 지독한 내상을 당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데 낙양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교교주의 딸 임영영은 영호충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


쓰다보니 의외로 방대한 스토리인 것 같다. 김용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특히 그중에서 신조협려와 소오강호를 많이 좋아한다. 이 두 작품의 주인공의 공통점은 재치있고 영특하고 쾌활한 성품에 강호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의협심이 강하다는 점이다. 굉장히 융통성있고 자유로워서 망나니같은 모습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어기지 않고 오히려 가식에 찬 인사들이 외면하는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위험도 불사한다. 또 여자들에게 굉장히 다정하지만 한여자에 대한 순정은 잃지 않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용 소설의 주인공들은 여러가지 유형을 가지고 있는데 양과(신조협려의 주인공)와 영호충은 풍류를 즐기는 협객형이라고 볼 수 있다.

영호충은 부귀와 권세를 틀어쥘 기회가 많이 있었고 또 악행으로의 유혹과 불행이 많았지만 그 삶의 유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나는 이게 영호충이 금욕을 향한 강한 의지나 사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의 개인주의에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그는 기연을 얻어서(혹은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절세의 무공을 지니게 되지만 그것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무엇을 얻기 위해 능력을 추구한 게 아니기때문에 그 능력을 통해 무언가를 얻겠다는 욕구가 희박하다. 이를테면 영호충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세상을 어떻게 바꾸기 위해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그는 그의 사랑, 우정을 위해서 필요할 때, 그리고 그의 삶의 범위 안에서 그 능력을 쓸 뿐이다. 소설에서 영호충이 많은 사람을 돕지만 잘 보면 그것은 전부다 그가 보고,듣고, 아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초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전백광과의 대결에 있어서도 그가 의림이 납치당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지나치치 못하고 전백광과 대결하는 것이지 그가 채화음적이기때문에 애초에 그를 척결하기 위해 나선 게 아니라는 부분이 영호충의 삶의 방식을 대표하고 있다. 전백광은 악한이지만 그와 대결하다가 그의 사람됨에 반하고 친구사이가 되기까지 한다. 애초에 그에게 사파를 척결해야한다는 목표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의 삶은 무리한 목표에 희생되지 않으며 그 유연성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 영호충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협객이다.
소설에서 영호충의 관심, 그를 움직이는 이유는 굉장히 즉흥적이다. 그리고 그는 굉장히 감정적이다. 작품 초반에 그가 청성파와 시비를 붙는 장면에 나오는데 거기서 그는 상대파와의 마찰은 신경쓰지 않고 그쪽 사람들의 칭호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고 혼쭐을 내준다. 또 떠나간 사매를 잊지 못해 그리움이 끓어오를 때 바보짓을 여러번 한다. 사람이 맘에 들면 손해를 보더라도 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그게 좋은 일이라도 절대 하지 않는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그가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의 기분은 거스르냐 아니냐에서 결정된다. 상대방이 무림의 높은 직위에 있든지 예의를 잘 차리든지간에 그의 성격에 상대방이 맞으면 오케이, 아니면 끝까지 아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영호충은 또 굉장히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끝까지 자신의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즉 영호충은 기분파이면서 자기자신에(만) 굉장히 충실한 사람이다.
나는 이런 영호충의 삶이 올바르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난 이런 삶이 꽤나 마음에 든다. 도가적인 상상력이라고 해야하나..굉장히 개인주의적이지 않은가? 자기 삶에 충실하면서 세상의 영욕, 규범에는 얽매이지 않는 삶. 특히 내가 집중한 부분은 자기 삶, 기분, 현재에 대한 충실함이다. 그와 대결하는 고수들은 대부분 무림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층세대지만 더 강한 무공, 더 높은 위치를 욕망하다가 실패하고 불행해진다. 또 정사의 구분에 얽매여 좁은 시야로 사람들을 판단하다가 배신하고 배반당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나친 욕망이 없는, 그리고 규범에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는 건전함. 그게 영호충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비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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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Harvard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이 노래를 좋아한다.

상큼함과 두근거림과 그리고 안타까움이 섞여서,

시부야케이라는 장르 자체도 약간의 섞어찌게로 알고 있는데

왠지 그런 혼재된 느낌과 순수한 감성이 공존한다는 것에 이끌렸다.

이 노래는 2005년에 싱글로 발표되었고 정규 2집 'Oracle'의 타이틀곡이기도 했다.

노래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왜 Chloe일까.


(Jean-Pierre Cortot)
이 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상에서
Chloe는 Daphnis and Chloe라는 2세기 그리스 문학(정확히 번역을 못하겠다 ㅠ-ㅠ) 작품의 여주인공이라고 한다.
Daphnis와 Chloe는 목동으로서 같이 자랐고 사랑의 감정이 싹텄지만 서로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 그들은 점점 연정을 품어갔지만 라이벌들이 등장하고 Daphnis는 해적에 납치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Daphnis는 그의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들은 결국 사랑을 깨닫고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
목가적인 분위기와 모험, 그리고 로맨스의 결합은 이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이상 위키디피아 참조)

그렇다면 다시 노래로 들어가서. 노래에서 Chloe는 어떤 의미로 읽을 수 있을까.
가사를 쭉 훑어보자

We met at the end of summerdays
We fell in love at once and got lovesick
I pose as a gentleman, you put on as a lady
We spent dremlike time

We split up at the start of freesing days
Our relations melted away like a snow
I saw the light, you just wept for me
Park called central...

You always drew a picture
I couldn't understand
You gently smiled at my face
I gave you the finger
It's my bad habit

Not a breakout,not a waiting game
It's something new
How can we forget the past time
Don't swing, don't out, not sister
Still in love with you
I need correct tuning

Those days I thought I can't carry on
But i managed to live till now
Who did you love that time? who do I love this time?
For now I don't care

Our beautiful days are gone
And hot summer repeats again and again
I find me grown, have you became a lady?
You will never love me again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285246 )


여기서 그와 마치 끌로에같은 그녀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만났다. 
한방에 사랑에 빠진 그들은 신사와 숙녀처럼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금새 눈처럼 녹고 그녀는 눈물지었지.
센트럴팤,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그를 보며 웃음짓곤 했다.
그는 나쁜 버릇탓에 그런 그녀를 조롱하고야 말았다....

그는 관계의 새로운 조율을 원했다. 탈출, 기다리기 게임, 동생같은 관계, 흔들림,
그런 것들이 아닌 새로운 것.
(아마도 돌이켜봤을 때)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의 시도는 실패한 듯...

시간이 지나고 그는 어떻게든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런 사랑 다시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지만 그런 질문이 부질없음을 안다.
아마도 그는, 그녀는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겠지.
뭐 어때.

아름다운 시간은 지나갔고, 여름이 오고가고 또 반복되고...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는 숙녀가 되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마 당신은 나를 다시 사랑하진 않겠지...



_음 난 이런 부질없는 정이 참말로 맘에 든다. 사랑이 길고 길어지면, 좋아하는 마음이 길고 길어지면
하는 생각들. 아름다웠던 날들, 현재,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임.
아마 노래 속의 그녀는 숙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연애는 아마 나이가 먹어가면 지속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겠지.


..+지금 들어보니까 가사가 많이 틀려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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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태 감독 93년作

청의 건국 후 10년,
죽어가는 황제를 살리기위해 조정의 무사들이 20년에 한번 피며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꽃을 구하기 위해 눈덮인 천설봉을 오른다. 그 꽃은 피어있었지만 10년을 그 자리에서 기다려온 무당의 제자 탁일항에 의해 무사들은 죽임을 당한다. 무사 중 우두머리가 죽으면서 말한다. "황제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영화의 주된 주제이며, 이 영화의 전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뭐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야기는 다시 탁일항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명말 무당파의 수제자인 탁일항은 무공의 성취는 뛰어나지만 성품이 착하고 남을 돕길 좋아해(모범적이잖아ㅡㅡ;) 사고를 많이 일으킨다. 어느날 죽을 위기에 처한 새끼염소를 구하기 위해 일반인을 때리고 염소를 가지고 도망치면 탁일항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밤이 깊고 하필이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늑대가 달려들어 탁일항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절벽 위에서 늑대여자, 랑녀가 등장하게 되고 탁일항은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시간이 흘러 탁일항과 랑녀는 관군에 의해 수탈당한 어느 마을에서 도망나온 부부의 출산을 돕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탁일항은 왠지 모를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랑녀 역시 그에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랑녀는 다시 중원을 침범한 마교의 호법으로서 탁일항을 비롯한 무당파의 요인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탁일항 역시 무림맹주의 제자로써 명문정파의 제자들을 이끌고 마교를 처단할 것을 명받게 된다.

마교가 정파제자들을 습격한 날, 둘은 마주치게 되고 탁일항은 부상당한 랑녀를 이끌고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랑녀를 치료하고 랑녀와 사랑을 이룬다. 랑녀의 성이 연씨라는 것을 알게된 탁일항은 그녀에서 연예상이라는 이름을 선물하고 언제나 그녀를 믿을 것과 사랑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그러나 샴쌍둥이인 마교 교주는 연예상을 사랑하고 있었고 무당파에 일어난 비극은 탁일항이 연예상을 불신하게 만드는데......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연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무수한 팬들을 울린 백발마녀전은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당시 한참 유행하던 홍콩 무협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장국영의 미칠 듯한 간지, 임청하의 매력과 포스, 그리고 어두우면서도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가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처음 탁일항이 등장하는 씬의 장중하면서도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바로 다음 등장하는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씬의 약간 탁하면서도 밝은 분위기가 선명하게 대조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가 풀어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런식으로 이 영화에서는 분위기가 상하로 반복하는 구조가 많다.

이 영화는 무협영화지만 사실 액션에 관한 부분은 조금 미약하다고 볼 수 있겠다. 당시의 기술수준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의 액션은 최근 무협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미려함보다는 왠지 투박하고 약간 유치하다 싶은 느낌을 준다. 시대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황비홍에서의 정교함과 비교해도 그렇다. 나는 두가지 면에서 액션의 빈약함을 변호하고 싶은데 우선 이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리얼함보다는(근데 은근히 잔인하기도 하다) 좀 유치해도 말도 안되는 효과가 필요했다는 것과 이 영화가 주력한 부분이 액션보다는 로맨스에 있다는 점이다. 실은 '운명때문에 이룰 수 없던 사랑'이 이 영화를 인기있게 만들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게다. 남자들끼리 보러가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멜로영화로서의 면모가 더 크지 않았을런지.


"황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10년을 설산 위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자리를 지켜온 장국영선생은 말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한 여자다. 나는 10년을 기다렸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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