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련이 한 100만가지는 되는 사람.
어제는 겨우 하나의 미련을 깨부숴버렸을 뿐인데 6시 해뜬 아침이 온통 깜깜했다.
아아주 오래전 사랑에 대한 미련.
그것을 부수는데만도 자그마치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오늘같이 날이 너무 좋은 날에는 그리움이 골수끝까지 차올라서 모공 하나하나에서 그 넘치는 그리움이
질질질 흘러넘쳐버릴 것만 같다.
너에게 어떤 문자를 보내고 가야할까. 너에게 어떤 편지를 남기는 게 좋을까. 너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

인도, 생각해보니 예전에 꼭 인도의 공주같은 여자에게 선물해준 2장의 앨범이 생각난다.
그땐 뭐 포장하고 멋들어지게 편지를 남길 줄도 몰라서 종이를 구깃구깃 앨범커버 사이에 끼워넣었더랬다.
언니네이발관 2집, 불독맨션 1집.
그러니까 내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음반들이었는데...
두 개의 미련.

보고 싶은, 너무나도 보고 싶은 날이라 보고 싶어 사람이 뒤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Z가 말한대로 나 자신을 좀 비우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이 그리움을 질질 끌면서 먼땅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할 수 있다면 이 뜨겁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쯔네오'는 여기에 두고
정말 '런던'처럼 쿨하고 신사적인 사람만 같이 여행을 떠난다면 좋겠다.

어제 J형이 보여준 편지는, 이상은의 노래는 아주 심한 충격이었다.
근데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조제에게 그런 편지를 쓰지 못했다는 사실에 내가 분개했다는 점이다.
아주 슬프고 팔딱뛰겠는 마당에 그런 생각이라니,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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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은 봄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봄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도 죄가 됩니까?
오빠는 내가 어디가 맘에 들어?
역시 술은 봄에 마셔야 제맛인가요?
취중진담하는 남자는 여자가 싫어하는 꼴불견 일순위라죠?
취중진담부르는 남자는 남자가 싫어하는 꼴불견 일순위라죠?
결국 취중진담은 죽을 죄라 이거 아닙니까?
아름답지 않은 봄이 있지 않습니까?


가끔 시간이 멈추길 바래,
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나는 당신의 차에 타서 운전하는 당신의 옆모습을 볼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 요새는 하이킥에서 신세경이 비슷한 상황에서 그런 대사를 친 것 같은데,
정말로, 진실로, 나는 당신의 반짝이는 눈이나 갈색 머리, 꿀같은 목소리를 내보내는 그 입을 보면서
영영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나는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지만, 음,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아니다. 복잡한데,
만약 어렸을 때처럼 '좋아한다'와 '사랑한다'를 나눈다면 나는 쉽게 좋아하지만 또 쉽게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 그런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래서 맨날 손해보는 거 같은데 뭐 그 손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자세를 바꿀 생각은 없다. 아니 고치치 못한다고 말하는 게 옳겠지.
내가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나의 성향은 사랑이 내게 어떤 해를 미쳤든 간에 그것을 간직한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기만하는 우둔한 자세 혹은 뭐 막막한 로맨티스트의 모습일 거 같은데,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 나는 이 지속되는 마음을 지우고 싶고 쉽게쉽게 다른 사랑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참 안 된다. 가끔 조금 사려깊은 아이들은 애써 내 마음을 설득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내 고집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그러는게다. 나는 나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정말 한치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간직한 이 사랑으로부터 잠시 도피하려고 한다. 내 여행은 뭐 도피성여행이 맞다. 다만 그 대상이 취업보다는 사랑이라는게 우습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정말, 사랑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그 생각에 잠겼던 거 같아. 그것은 한겨울 삭풍처럼 차갑고 건조해서 내 가슴을 아주 바짝바짝 얼리고 부숴서 나는 매일 그 고통에 비명을 고래고래 질러댄다. 그 비명소리를 아무도 듣진 못했겠지만.

아,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다. 내가 돈이 한 천만원 있어서 멀리에서 한 6개월 정도 공부하다 올 수 있었다면, 내가 영어성적과 학점이 되고 집안이 서포팅을 해주는 상황이어서 아예 멀리 유학을 떠나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건 아주 멍청한 꿈이란 것을 안다. 나는 도망치지 못하고 다시 이땅에 돌아와야할 것이다. 장난으로 거기서 인도여자만나서 결혼한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그런 일은 없다는 거, 다 알잖아. 아마 2개월 후에도 나는 여전히 길고긴 그 사랑을 품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 음..

일단은 그 2개월을 감사히 생각하자. 할 수 있다면 모두 잊고
이렇게 말하자. 할 수 있다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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