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봄이 왔는데 저는 이곳을 떠나야하는군요.
잠시 여행을 갑니다.
뭐 2달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흥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엔 걱정과 설렘이 짬뽕이 되어서는 그냥 아드레날린이 철철 넘치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래저래 짐을 싸고 준비를 하니 1시 20분.
지금은 마지막으로 마태수난곡을 준비하려고 다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경과 마태수난곡, 비틀즈, 나스, 밥 딜런, 버벌진트, 그리고 인도라.
나의 좋아하는 노래들을 남들이 보면 갈팡질팡입니다. 일관성이 없고 변덕이 심한 저의 성격같은
선곡이죠. 그 뭐였지. 경제학의 공리에 보면 일관성이 없는 선호는 관찰대상으로선 영 꽝이라던데.

저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저 역시 사랑의 종잡을 수 없음에 매번 쩔쩔매곤 합니다.
어제, 아니 그제 올렸던 글은 다소 질질 짜는 느낌이 너무 심하네요.
실은 오늘은 조제를 만났습니다.
학교 옆 목련길에 같이 갔어요. 모두 활짝 꽃을 피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볼만 하더군요.
햇살은 눈이 부시지만 적당히 따뜻하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 아주 좋은 날이었어요.
조제를 보기엔 말이죠.
작은 벚꽃을 따다가 조제의 작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손이 차군요.
목련은 왜 저렇게 큰 꽃을 피우는 것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예전에 문학회 선배가 썼던 시가 생각납니다.
목련꽃의 죽음과 어느 처녀의 울음을 연관지었는데, 격정적이고 슬픈 시였던 기억이 납니다.
조제에게 보여주고 싶군요. 그녀는 시를 즐겨보진 않지만.

지금의 기분은 참 뭐라고 말할 수 없이 복잡합니다. 차라리 군대가기 전날밤이 이것보단 더 명랑하고 명쾌했던 것 같아요.
이건 겨우 두달, 그리고 스스로 가는 여행인데 사람 마음을 굉장히 갑갑하게 만드네요.
특히나 오늘같은 봄날은....저는 그 봄날을 만끽할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지금 인도는 아마, 매우 덥겠죠?

아주 잠시 이 '세월의 거품'들은 내려놓고자 합니다.
아마 멀지 않은 날에 나는 인도에 간 날들과 이곳에서의 날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나의 짧은 여행을 위해서라도 잠깐 그 날들을 구별해두고자 합니다.

조제에게 무슨 말을 하고 떠나야할지 아직도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평소엔 잘 하던 말들도 쉽게 나오지 않네요. 실은 오늘은 요상하게 부끄럼을 탔습니다.
아마, 많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너무 많은 말을 했거든요.
아, 그리울까?

다녀와서는 조금 더 사진을 잘 찍고 조금 더 글을 잘 썼음 좋겠습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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