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림.
나는 왜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잘 해주지 못 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은 좋아할까.

저녁을 먹을 맛이 안 나서 저녁값으로 홍대앞 헌책방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샀다.
The Years.
어느 세월에 읽을 수 있을지.
실은 저녁값은 없는데 사치를 하고 말았다.

사랑을 베푸는 자세에서 다시 반동이 심하게 일어나서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고 싶다.
늘 감정이든 욕구든 극과 극을 오가는 게 나의 문제다.
이런 기복심한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어디에 있을지.
첩첩산중.

맥주를 한잔 하고 본 윤태호의 야후에 꽂혀서 3시간 동안 완독했다.
넘치는 생명력, 그로테스크한 양식으로 파헤쳐둔 역사, 폭탄, 비웃음, 야후!
야후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렇다.
한참 한국이란 나라가 막장을 달리고 있을 때 서울에서 태어난 김현은 건물붕괴사고로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는다.
김현은 그 사건으로 인해 무언가를 잃었고 부조리한 현실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갈피를 못 잡던 김현은 특수부대장과의 인연으로 인해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 속으로 들어가고 한동안 그곳에서
주어진 삶을 살면서 아버지를 잃은 혼란을 잊고 살아간다.
그곳에서는 기어돌아가듯이 '왜'라는 질문을 배제하고 앞만 보고 살아가기 때문에 김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르고 폭압적인 시위 진압만을 위해 존재하던 부대는 정부가 변함에 따라서 치안 업무, 구조 업무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오랜시간동안 썩어버린 한국사회 곳곳에서는 곪은 부위가 터져버리고 각종 사건 속에서 김현은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결정적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 김현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닥뜨리게되고 자신이 봉사해온 사회에 대해 반기를 들게 된다. 김현은 신출귀몰하지만 점점 살아갈 힘을 잃고 결국.

' > 인생의 잔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니어그램 시작.  (2) 2010.03.25
오늘의 요리  (2) 2010.03.16
서울 흐림,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림.  (0) 2010.03.09
묘한 것들.  (0) 2010.02.26
2/22  (0) 2010.02.22

몇일째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고 있다.
책이 길고 길어서 속독만큼은 자신있었던 나지만 오늘은 읽다가 두손두발 놓고 말았다.
그래도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길고 길어도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
플루타르크의 글은 중간에 유실된 것도 많아서 전부다 전해지는 것도 아니라던데...
왠지 나는 영웅들의 삶을 그리며 그들을 평가하고 잠언을 남기는 영감 플루타르크의 모습이 상상된다.
라틴어를 못해 번역으로 접하지만(아마 이 글을 읽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번역본을 읽을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에 꿍하고 울리는 그 이야기들의 무게를 느끼면서 책을 읽어내려간다.

영웅전의 내용은 자그마치 2500~2000년전 정도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주는 교훈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로마의 멸망 후, 중세, 근대의 시대보다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더 로마의 처지에 근접해있는 듯 싶다.
영웅들의 모습 하나하나는 한 공화국이 생존하기 위해, 더 나아가 최고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민'의 덕목이다.

' > 인생의 잔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요리  (2) 2010.03.16
지금 서울, 영하 5도.  (0) 2010.03.11
묘한 것들.  (0) 2010.02.26
2/22  (0) 2010.02.22
작업노트  (0) 2009.10.15


어디 갔다왔니.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길냥이녀석들이 아파트에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 겨울을 나고 온 모양이다.
먼저 척후를 나온 녀석들인가 예전에 봤던 앙증맞은 새끼고양이들은 안보이고
덩치크고 사나워 보이는 녀석들이 군데군데 풀숲에 앉아있었다.
혹시 이전과 다른 녀석들이 들어온 것이면 어떡하지?
고양이도 집단이 있고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일사불란해보이기도 한데
네이버에 나온 게시물을 보면 길냥이들은 항상 영양부족, 여러가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특히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혹은 쉬이 친근해지는) 속성때문에
이런저런 사고에 많이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사진에 나온 녀석들은 작년 가을에 고양이 나이로는 유소년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과연 살아있을지.
보고 싶다. 얘들이 고양이 기준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잠깐 기도해본다.


오랜만에 마음이 서늘하다.
사람이 2~3년간 늘 불타는 속을 안고 산다는 게 참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린 사람들의 심정을 안다. 그리 되고 싶진 않지만.

' > 인생의 잔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서울, 영하 5도.  (0) 2010.03.11
서울 흐림,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림.  (0) 2010.03.09
2/22  (0) 2010.02.22
작업노트  (0) 2009.10.15
10월 7일  (0) 2009.10.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