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아버지와 대부도로 드라이브갔던 날, 아마 내가 운전연습을 하던 시기였으니 2004년이 아닐까 싶다. 그날 참 안개가 자욱했었어. 아주 심하게.
라디오에서 낯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처음 신디소리가 전개되고 이어 쫙 깔리는 김윤아의 목소리에 순간 나는 모든 안개 속으로 빨려가는 기분이었다. 노래로 대부도의
작은 길이 온통 가득차고 이어 나오는 섹소폰소리. 그 모든 것을 잊었다.
오늘 듣는 음악은 그날만 못 하지만. 그때보다 내 정서는 많이 심화되어 있어, 그날의 나보다 더 이 음악을 이해하리라고 주장해본다. 그땐 조제도 누구도 없었는데 무얼 그리 힘들어했을까.
노래가 끝나지 않기를, 그 길이 영원하기를 바랬지만 벌써 6년이 흘었다. 꽃은 피고 또 피고 지고를 반복. 아마 이 봄은 끝나지 않으려나 보다. 안개 속이 유난히 포근하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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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하게도 저번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듣고 감격에 들은 아침 이후에 쭉 건강이 좋지 않았다.
사실 (내가 남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땐) 조금 병약한 편이라서 이런저런 잡병에 많이 시달리곤 하는데
모든 병중에서 나를 가장 골치아프게 하는 건 알러지와 함께 찾아오는 비염이다.
안그래도 요새 안구건조증도 심해서 힘든데 비염까지 오니 정신을 못차리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지금도 다시 괜찮아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몸살기운까지 있어서 허리도 쿡쿡 쑤시는게 요 몇일간은 내가 정말 늙었나 싶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져서 근래에 나를 괴롭게 하는 일들에 심적으로 크게 압박을 받아서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날들이 계속되었다.

뭔가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도저히 전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는.
제발 좀 알아차렸음 좋겠지만 왠지 그 대상은 그런 능력까지는 없는 모양이어서 좀 실망스럽다...
나도 힘들어.

요새 낙이 있다면 정말 음악듣는 거 그거 딱 하나뿐이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푸가의 기법이 잘 들렸는데 아, 정말 살짝 행복했다.
정말 간만에 살짝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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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기 위해 그 거리를 휘청거리고 지나간 게 불과 몇시간 전이란 게 믿기지 않는 아침.
나는 내가 자고 있던 그 시간에 베토벤이 밤을 지새워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준비하는 광경을 상상했다.
베토벤이 정확히 몇시에 이 곡을 완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의 완벽한 고전미는 베토벤이 밤을 지새고 아 이제 다 했다 하면서 기지개를 펼 때
하늘이 마침 뜨는 찬란한 아침의 태양으로 축복할 만한 것이어서,
나는 굳이 이 곡이 탄생한 시간이 내가 잠들어있던 한밤중과 새벽의 사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슬픔에 지쳐 잠들어있는 동안 어느 구석에서 세계는 치밀하게 태양을 띄워올릴 모의를 한다.

해는 떠오르고 도시의 하늘은 금빛으로 불타오른다.
피아니시모!


(사진출처 : http://www.viennaaustria.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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