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간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시면 됩니다!
라고 말씀하셔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을뻔한 일이 있었다.
스트레스성 질환이라... 한 중딩고딩 시절때부터 비염이니 장염이니 해서 병원에 가면 꼭 들었던 이야기들.
대학에 와서는 더 고민이 심해졌나 이런저런 잡병들에 시달렸는데
전부다 스트레스성 질환들이었다. (부끄러우니 자세한 설명한 생략한다.)

여튼저튼 요즘에도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 오늘도 역시나 이 망할 스트레스가 밤에 나를 엄습해서 그것의 근원을 곰곰이 고민해본다. 사실 스트레스받는다고 의식하는 게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고 그것의 원인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할수록 더 열이 받는 건데, 뭐 내 성격이 이런가부다. 천상 스트레스를 달고 살아야하는 운명인가.
사실 지금 가장 표면적으로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일요일 밤에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숙제를 다 못해서 연구실에서 밤샘 공부를 해야하는 오늘의 상황이다. 논문 네 편을 읽고 발제를 해야하는데, 마지막 남은 한 편의 논문이 막상 펼쳐보니 제일 어려운 내용이 아닌가. 이제 12시 반인데 논문을 어찌어찌 다 읽으면 한 2시정도 되려나, 근데 그때가 되면 한 이틀 전에 본 첫번째 논문은 기억조차 나지 않겠지. 그 네 논문을 하나로 묶는 주제로 글을 구성해야하는데, 히히히히히.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어차피 내게 다 도움이 되는 경험이니 즐겁게 하도록 하자. 그리고 사실 계속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조금은 즐거울 정도이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직 견딜만한 모양이다. 오늘 하루종일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 자꾸 내 목에 어떤 굴레를 채우려는 어떤 시도때문이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건가 아쉽다. 그것도 그게 한참을 고민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고자 했다는 사람이 한 일이라 더더욱 실망스럽다. 이해는 가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도 웃긴 노릇이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배려가 없는데도 온갖 배려를 하는 양 아주 고압적으로 제시하는 그 요구들을 나는 왜 하필 오늘 들어야했던 것일까. 그 외에 여러가지 말도 안 되는 오해들. 블라블라ㅡ
내 애정이 나를 이끌고 있지만 사실 나는 매우 피곤하다. 매우 피곤한데도 내 애정이 나를 이끄는게 나를 더 지치게 한다.
무엇보다도 나를 탓하는 게, 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게 어이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그걸 즐거이 받아들이는 내가 웃기고 슬퍼서 지금..

내 정신의 일부는 한 단계 더 높은 상태에 도달했는데 그걸 견뎌내는 몸과 마음의 체력은 더 약해졌나보다. 마치 벌크업하면 더 약해지는 관절들마냥, 몸과 마음이 삐그덕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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