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연구실에서 혼자 앉아서 가만히 있다.
머리 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들끓는데 내 손은 멈춰서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지금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만만디 길에서 버티고 있는
바라나시 길가의 양아치 릭샤꾼과 씨름하는 기분이다.
분명 저녁까지는,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기 전까지는 마음도 가벼웠고 자료들 정리도 수월하게 되었는데
정작 앉아서 뭔가 끄적이려니까 글이 안 써진다.
꼭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에 걸린 투수마냥 나는 내 테제를 위해서 한 문장도 제대로 써내려갈 수 없다.
아까 나는 이런 어려움을 예견했던지, 꼭 처음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거는 그런 어려움을 연상했더랬다.
"저기요." 아마 이 말부터 시작할 그 대면이 너무나도 어려워서,
내가 만들어낼 내 글이 보기가 너무나도 부끄럽고 수줍어서, 이렇게 글이 안 써지나보다.
젠장.

어쩔 수 없이 다른 과제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다.
그 과제를 하고 나면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서 원래 내 과제는 못 할텐데...........

마침 듣고 있는 음악은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써야할 글은 마페졸리, 인용해야할 사람은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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