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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동안 북적거리던 카페에는 이제 사장님과 나밖에 남지 않았다.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어려운 책에 머리를 쥐어 싸매니 배가 고프다.

단순히 배가 고프다기 보다는.. 더 근원적인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아주 구체적인 삶의 현실로 돌아와서,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정제할 수 있는 대화가 없다.

내 느린 사고와 서툰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요점을 뽑아주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게..


나는 된장질을 좋아한다.

물론 된장질이라는 말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 막 까페들이 생겨나던 그 시기엔 내가 된장질을 하고 있을 줄을 생각지도 못 했다.

그러나..


어쩌면 먼 훗날에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은 사치들이 촌스러운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오면 아마 집에서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커피 자체를 마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아마 지구가 멸망하거나 이런저런 위기들 때문에 까페질을 할 여유가 없을지도, 아니면...

 

미소콩 카페는 단골은 아니지만, 가끔 매번 다니던 카페에서 외도하고 싶을 때 가곤 했다.

가게는 작고 예쁜데, 위치가 참 암담하다. 바로 앞에는 중앙동의 모텔들이 서너 개가 주르륵.

그런데 묘한 게 이 가게는 여자들끼리 많이 들어온다.

모텔들을 정면으로 마주봐서 남녀가 서로 같이 와서는 좀 어색해서일까.

신기한 일이다.


그날은 무슨 날이었더라.

다음주에 로티의 "Habermas vs. Derrida, and Function of Philosophy"라는 글을 발제해가야하는 토요일이었을게다.

나는 번역을 후딱후딱 대충대충 대신에 조금은 빨리 하는 편인데 로티 글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뺴먹을 말이 없는 아주 빽빽한 글이었기 때문에..

*


뭐 어쨌든, 그 날은 햇살도 좋고, 벽에 붙은 낙서들도 즐거웠다.

커피를 조금 주는 건 불만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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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새로 구한 노트북 이거 꽤 괜찮은 것 같다.


내 연구실 자리는 이제 비좁아 터질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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