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잠시 짬을 내어 강화도를 다녀왔다.

바다를 보려고 했는데 매번 가는 대부도랑 화성은 식상하고, 위아래로 조금 넓히니 충남쪽이나 강화도라 대안은 없었다.

차만 안 막히면 오가는 길은 아주 멀진 않은 것 같다…

만 강화도가 생각보다 꽤 크더라 ㅡ;;;

강화도 안에서 움직이는 거리가 10km 정도씩은 되었고 또 산이 참 높아서 중간에는 강원도길을 운전하는 기분도 들었다.

마침 눈까지 와서 정말 강원도인줄…

첫 목표는 동막해수욕장. 

10년도 더 전에 엠티를 왔던 기억이 있는 곳인데 지금은 강화도 도로도 그렇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놀러오기 좋아보였다.

개인적으로 겨울바다를 좋아해서, 나중에 조용할 때 또 놀러오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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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곳이 없었던 거 같은데…

동막해수욕장 막 들어가기 전에 언덕에 이런 곳이 있다.

석양을 보기에는 해수욕장보다 더 나아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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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병졸들이 나라를 지키던 곳에 이제는 커플들이 추위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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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지만 딱 깔끔진 동막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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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름에는 엄청난 주차난이 예상된다. 

막 그날 결정해서 온 강화도라 어디로 밥을 먹으러 가야할지도 잘 몰라서 급하게 검색하고 모 꽃게탕집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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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쁘진 않았는데, 음, 잘 모르겠다.

평가 유보. 내가 충남 스타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고 커피일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본 카페(?)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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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방직이라는 폐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뉴스 참고: "조양방직은 세월이 다듬은 최고의 예술작품입니다http://www.gangh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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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명해서 줄을 선다는데, 우리는 눈이 온 토요일 오후에 가서 그런지 다행이도 널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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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직물을 뽑고 있었을 공장에서 커피를 마신다. 

꽤나 널찍한 홀이라 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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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굿. 

인천에 있는 모 가구 카페(거기도 아마 리모델링한 건물일듯?)가 생각나는데 여긴 입장료도 없고 더 앤티크한 맛이 살아있는 것 같다.

강화도 한 가운데 있으니까 여기를 찍고 서쪽 해안에 있는 많은 카페와 음식점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보인다.

모처럼 오랜만에 강화도에 오니 옛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좋은 시간이었다.


책을 지르는 일은 매우 중독적이다.

책을 지르는 일은 아주 매력적이다.

마치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의 지식이 마치 나의 소유가 된 것인거마냥…


좋지 않은 지갑사정에도 요상하게 책은 사게 된다.

예전에 박사님 한분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하신 적이 있다.

책을 하든, 음반을 하든, 하나만 하라고.

나는 음반을 안 하니까, 책을 하겠다.

물론 음반 말고도 다른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지만…


이번주에 산 책들을 소개한다. 

쪽팔리진 말아야할텐데…


책의 상태가 후져보이는 것은 중고책이기 때문이다.

가급적 새 책을 사고 싶으나…

둘 다 "상"으로 표시된 책들을 샀는데 내부는 둘 다 깨끗하나 중세의 가을이 조금 중고티가 난다.

뭐 어차피 나도 책을 험하게 다루는 편이라 외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안에 줄만 안 그어놓으면 돼…

빨간 표지가, 그리고 "뻘콥"의 압박이 다가오는 기독교 신학개론.

잘은 모른다만 나는 헤르만 바빙크에 더 관심이 있지만, 뭐 책이 두껍지도 않고 읽기 좋을 것 같다.

교회에서 읽을 책이라 구입.

이건 고전으로 약간은 소장? 가끔 심심풀이로 읽을? 중세의 가을.

5세기, 지금은 6세기쯤 되려나. "다른 세계"와 "다른 인류"의 이야기를 보면 생각이 많이 리프레쉬된다.

나는 책의 첫 문장, 첫 챕터가 매력적인 책을 좋아하는데, 중세의 가을은 그 점에선 아주 강렬했다.

위대한 도입부인듯.

그에 반해 이 도입부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아주 강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걸 연역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가는 책을 보면서 알 수 있겠지.

'불가피하게 종교적'인 존재나, 종교가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말한다,

딱 봐도 믿음을 전제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그리고 아주 위험한 말이 아닌가. 

여튼 하나는 세미나(?) 교재인데, 첫 인상이 아주 싸납다.

중세의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샀으니, 이뻐 죽겠음.


학원일을 처음 했을 때가 생각난다.

정신없이 바빴고 수학을 안 하다 해서 기억도 잘 안 났다.

아이들은 예뻤지만 착하진 않았다. 

그러나 서로 착할 수 없는 것은 서로 기능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도 이게 잘 될 지 안 될 지 모르겠지만 여튼 팔아야 했다. 

어르고 달래고 그러면서도 이게 당최 필요한 일인가 드는 지속적인 의문.

목도 아프고 감기도 많이 옮았다.

그런데 그나마도 학원을 올 수 있는 아이들은 비공식적이지만 교육시장의 보호를 받고 있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학원은 성적을 올리는 목적도 있지만, 암묵적으로는 맞벌이가 가능하게 아이들을 잠시 보육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을 배웠다.

애들이 갈 곳이 없는데, 그건 어른들이 나빠서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보다 위험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외적인 위협은 점점 늘어가는데 공권력은 -비록 한국의 공권력은 굉장히 세밀하게 서비스하는 편이지만- 그 영역을 다 커버할 수 없고,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포스트모던 사회학 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위험을 개인이 컨트롤하고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위기에 서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공동체, 자발적인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촘촘이 만들어진 공동체들이 연대하는 순간 그 힘은 더이상 국가가 제공하기를 포기한 사적인 영역까지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 기보다는 아직 거기까진 공부가 안 되어있는 게 사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대학원 첫 학기에 읽었던 마페졸리의 부족사회란 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물론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아직도 확신이 없지만;; (난 마페졸리의 논변이 자연주의가 아닐까 의심한다)


여튼 그래서 되게 떠돌다가 온 지금의 일터는 아주 마음에 든다.

적은 페이를 받지만, 일터의 인격적인 분위기와 우리 단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다루고 있는 문제들 모두 마음에 든다.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싶고 도움되고 싶은, 그런…


그래서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하나님이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그 길을 인도한다면,

나의 긴 방황도 이를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람은 다 미완의 존재라지만, 나는 왜이리도 다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돌인지. 

일년전의 내가 너무 어리석고, 삼년전의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가늠도 할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신 나의 일을 사랑하고 교만하지 않으며 계속 공부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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