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시즌이 있겠지.

지금은 생각나는대로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근데 생각나는게 음악인 시즌이다.

블로그를 잘 하려면 수다쟁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취하지 않으면, 또는 친한 친구들과 헛소리하는 거 아니면 대개는 과묵한 편이라 블로그를 잘 못 하는 편이다.

글쓰기의 무게를 심하게 느끼곤 해서 이렇게 하루에 한 문단씩이라도 싸도록 노력하는 중.


지난번엔 좀 크리스마스 칸타타같이 훌륭한 공연을 좀 짓궂게 썼던 것 같다.

12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 우리 집의 모기처럼, 공연이 나온지도 한참인데 뜬금없는 글을 쓴 것인가 싶기도 하고…에잇

근데 이놈의 심보가 배배 꼬인지 오래되어서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당분간은 계속 짓궂을 예정.

이런 짓궂은 나도 듣는 ccm앨범이 있다.

<마커스 2011>이라는 앨범이다. 


뭔가 아리달쏭한 색채배합같으면서도 어디론가 여는 열쇠 모양 가운데는 요한복음 4:23을 적어두었다.

 23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이란 말씀인데 곡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만든 마커스는 굉장히 오랫동안 찬양사역을 해오던 단체이고 더 크게 보자면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왠지 한국ccm같은 느낌(형식)을 이끌어온 찬양단이기도 하다.

굉장히 많은 교회에서 마커스 찬양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아주 익숙한, 딱 ccm스러운, 딱 우리 교회에서 나오는 찬양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좀 옛날 찬양들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딱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는 유니클로 후리스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횡설수설했는데 뭐 마커스가 저렇게 좋고 잘 나가는 게 내가 이 앨범을 듣는 이유는 아니고, 

내가 이 앨범을 듣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이다.

2011년 나는 한동안 끊었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아직도 다니고 있는데, 첫해의 느낌이 아주 좋았다. 

2011년 가을 즈음에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 한참 나오던 찬양이 마커스 2011이었다. 

이 앨범의 인트로에서 이어지는 "할렐루야 찬양을 주님께"라는 노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노래는 4부로 진행되던 합창을 곡의 후반부에는 분리해서 서로 이어부르는 상콤한(?) 시도가 돋보이는 곡인데, 중간에 심종호 인도자 특유의 삑사리가 있는데 그것 또한 아주 정겹다.

아마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이 찬양을 합창단에서 했었던 것 같다.

그전에 있던 교회에서는 주로 완전 진지한 찬양들, 거룩거룩한 찬양들을 주로 해서(근데 그때에는 정말 거룩하지 못한 교회였다…) 어 이런 것도 하나? 좀 참신한 느낌을 받았다. 귀엽기도 하고.

이 노래 뒤에 있는 "놀라운 사랑", "그 사랑", "내 마음 다해" 모두 꽤나 히트친 곡들.


아마 이 시절의 기억이 좋았기에 이 앨범을 자주 듣는 건지 모르겠다.

더 좋은 ccm도 많겠지만 이상하게 의식적으로 ccm을 들으려면 잘 되지 않는다. 가사가 낯뜨겁고, 음악이 그저 그래서…

근데 똑같이 낯뜨겁고 막 독창적인 앨범이 아님에도 <마커스 2011>을 자주 듣는건 좋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가 아닐까.

써놓고보니 참 시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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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평가가 있겠지만, 비난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어쩌다보니 표가 생겨서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가게 되었고, 또 스스로 선택한 공연은 아니라 사전 정보는 거의 없이 간 공연이었다. 

뭐 개신교인이기도 하고 합창이나 칸타타 모두 좋은 말이었으므로 흔쾌히 보러 간다고 했다. 


공연의 전체적인 개요는 3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1막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2막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참된 인생의 가치(가족)를 찾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3막에서는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공연한다. 

우선 1막은 숨이 막힐듯이 지겹고 답답했다. 퀄리티가 저열하다, 이런건 아니고 분명 수준은 높은데 아주 고리타분한 연출이었다.

로마군인의 폭압, 폭군 헤롯, 낮에는 행복한 마을로 핍박받다가 밤에는 인정머리 하나없는 고을 베들레햄, 뭐 역경 속에서 탄생하는 예수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 당연한 이야기와 자주 들었던 캐롤을 아주 비장하고 진지한 곡조로 계속 듣고 있자니 내 정신력이… 잠깐 그냥 눈감고 있었다.

2막도 몹시 진부한 내용이었지만 그나마 춤이랑 곡 퀄리티가 좋았다. 끝.

그리고 구원파 박 모 목사님의 등판… 나는 사실 그전까지는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이 공연 왜이렇게 예배공연같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라와서 설교하시는 걸 보니 알겠더라. 이거 예배 공연이구나!! 

여튼 한 말씀하시고 들어가서 보는 3부는 오히려 종교적인 목적성을 알고 보니까 차라리 나았다. 

헨델 오라토리오를 들을 기회가 이리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렇게 종교적인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다면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이렇게 거창하게 공연할 일도 없을듯…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종교적인 목적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공연이었지만 악단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

오라토리오 공연은 굿.

거기다가 아주 서비스도 좋아서 앵콜곡을 세네곡은 했던 것 같다.

내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추종론자라 그렇지, 공연 자체의 퀄리티로 보자면 떨어지는 공연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교회가 아닌 공연장이 어떤 종교를 봉사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점과 높은 연주력에 더 두드러져 보이는 숨막히는 경직성때문에 공연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예배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예배 공연의 목적은 음악적 표현보다도 하나님을 드높이는데 있다. 

1,2막 공연에 간간이 섞인 개그는, 뭐랄까 정훈드라마나 공익광고에서 그냥 양념친 것 같았다.

머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러냐고? 내가 좋은 이야기를 굳이 공연장가서 보고 싶진 않아서…

여튼 나처럼 삐딱한 관람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공연도 아주 싼 공연은 아니어서… 

표가 생기면? 내가 예수님을 사랑한다(그런데 구원파도 용납할 수 있다), 나는 주일 예배 2번 드리고 저녁에 2시간예배를 하나 더 드릴 수 있다, 

이런 훌륭하신 분들께는 강추천드린다.

난 여튼 다신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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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미 말렉이 주연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다. 

난 아직 보진 못 했는데 ㅠㅠ 제발 내가 보기 전에 내리진 말아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비극적인 서사였지만 퀸의 음악세계를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조연이 아닌가 싶다.

영화도 영리하게 프레디 머큐리의 삶보다도 퀸의 커리어가 절정에 다다랐던 웸블리 공연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닐지. 


여기서 이야기할 <Made In Heaven>은 어찌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 기록임과 동시에 비극적인 서사에서 벗어난(이미 죽었기 때문에) 앨범이 아닐까 싶다.

<Innuendo> 앨범의 프레디 머큐리는 문자 그대로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느낌이 역력하고, 앨범은 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장하고 처절하다. 

아마 <Night at opera>나 영화의 퀸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Made In Heaven>은 퀸 음악세계의 막을 내리면서도 사색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죽은 이의 노트를 들여다보며 회상하는 것처럼 어쩌면 락밴드 퀸보다는 팝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곡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Made In Heaven도 그렇고, 가스펠 느낌의 Let Me Live, 우리의 귀에 익숙한 I Was Born to Love You, Too Much Love Will Kill You까지,

재기발랄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보다는 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감성적인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A Winter's Tale을 아주 좋아한다.

A Winter's Tale을 듣고 마지막으로 It's a Beautiful Day의 여운을 느끼는 식의 감상을 선호한다.


Queen II가 가장 락스럽고 Night at Opera가 실험적이며 위대한 앨범이라면, 퀸에 입문해서 듣기엔 Made In Heaven이 좋지 않을까.

앨범 커버에 있는 몽트뢰 호수처럼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하고 애잔한 음악을 접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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