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된장질을 좋아한다.

물론 된장질이라는 말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 막 까페들이 생겨나던 그 시기엔 내가 된장질을 하고 있을 줄을 생각지도 못 했다.

그러나..


어쩌면 먼 훗날에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은 사치들이 촌스러운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오면 아마 집에서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커피 자체를 마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아마 지구가 멸망하거나 이런저런 위기들 때문에 까페질을 할 여유가 없을지도, 아니면...

 

미소콩 카페는 단골은 아니지만, 가끔 매번 다니던 카페에서 외도하고 싶을 때 가곤 했다.

가게는 작고 예쁜데, 위치가 참 암담하다. 바로 앞에는 중앙동의 모텔들이 서너 개가 주르륵.

그런데 묘한 게 이 가게는 여자들끼리 많이 들어온다.

모텔들을 정면으로 마주봐서 남녀가 서로 같이 와서는 좀 어색해서일까.

신기한 일이다.


그날은 무슨 날이었더라.

다음주에 로티의 "Habermas vs. Derrida, and Function of Philosophy"라는 글을 발제해가야하는 토요일이었을게다.

나는 번역을 후딱후딱 대충대충 대신에 조금은 빨리 하는 편인데 로티 글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뺴먹을 말이 없는 아주 빽빽한 글이었기 때문에..

*


뭐 어쨌든, 그 날은 햇살도 좋고, 벽에 붙은 낙서들도 즐거웠다.

커피를 조금 주는 건 불만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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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이런저런 레퍼토리들을 배웠는데,

이게 결국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스페인 민요, 라고 번역하던가, 여튼..

좋다, 밝고, 아름답다.




이 곡을 처음 알게된 건 프루스트의 <스완의 사랑>에서 이 곡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곡이라고 명시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딱 이 곡일수 밖에 없다. 

프루스트의 이 악장에 대한 표현은 아주 딱 정확히 이그잭틀리 이 곡이 인상과 부합하고, 또한 이 곡에 대한 내 인상을 결정지었다.

<스완의 사랑>은 <잃어버린..>의 주인공 옆집에 살고 있는 아저씨의 과거를 그리고 있다.

제법 잘나가는 미술평론가 스완씨는 그야말로 사회 상류층에 속해 있었는데, 오데뜨라는 하류계층 아가씨한테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스완씨가 오데뜨에게 받는 인상은 피에타와 바로 프랑크의 이 악장을 통해서 구축되는데,

오데뜨의 거짓말이나 속물성에도 불구하고 스완씨는 바로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랑에 코가 꿰어버린다. 


뭐 소설을 떠나서 이 악장은 매우 아름답고, 너무 로맨틱하지 않은가. 

나는 코간의 연주를 많이 듣지만, 지메르만의 이 연주는 너무 청순해서 요즘같이 만연한 봄에는 이 연주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낸다.


이 악장은 <스완의 사랑>임과 동시에 내 사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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