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동안 북적거리던 카페에는 이제 사장님과 나밖에 남지 않았다.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어려운 책에 머리를 쥐어 싸매니 배가 고프다.

단순히 배가 고프다기 보다는.. 더 근원적인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아주 구체적인 삶의 현실로 돌아와서,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정제할 수 있는 대화가 없다.

내 느린 사고와 서툰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요점을 뽑아주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게..


저번주 금요일부터 엠티를 연속으로 다녀온 이후로 몸이 상당히 좋지 않다. 작년부터 생전 알지도 못하던 두통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 몸이나 마음이 힘들면 이제는 다른 데 보다도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온다. 꼭 손오공처럼 말이지. 몸이 좋지 않으니 나가서 활동을 못 하고, 활동을 안 하니 내 마음은 축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밖에 나가면 피곤하지만 밖에서만 채울 수 있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 그게 없으니 오늘 나의 하루는 축축 늘어지고, 또 머리는 아프기 시작하고.

새벽에 조제의 꿈을 꿨다. 오랜만에 만난 조제는 걷기도 하고, 얼굴도 조금 변했다. 조금 더 이뻐졌지만 낯설었고, 아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서 내가 잊은 걸까, 아니면...

 

학회 발표가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이틀 간을 멍하니 누워있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힘겨웠다.
이윽고 두통이 찾아왔고, 나는 내 두통이 되었다.

사람은 무엇을 가질 수 있을까.
기쁨도 슬픔도 사람들은 쉽게 나누고 때에 따라선 저렴한 가격에 팔아치운다.
사람이 자기만 오롯이 가질 수 있는, 독점할 수 있는 '나'의 것은 무엇이 있을까.
오늘 드는 생각은 오직 고통만은 피할 수도 없고 또 누군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
물론 여가애서 그 고통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냐,

나는 가진 게 없는데 요즘은 고통만응, 가슴을 찢는 그 고통에 대해서 만큼은 부자가 되었네.

' > L'Ecume Des Jou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고픔  (0) 2013.07.21
가을타는(궁상떠는) 남자, L.  (0) 2012.11.28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0) 2012.11.02
한효주 - Don't you know, 철없는 연애이야기.  (1) 2012.10.29
2011년 마지막 날.  (0) 2011.12.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