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을 읽다가 초저녁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삼겹살의 힘도 크고.
여튼 방 침대에서 엎드려서 책을 읽다가 끝까지 제대로 뭔가를 읽은 기억이 없다.
역시나 오늘도, 특히 역사서설은ㅋㅋㅋ초저녁부터 나를 아주 푹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덕분에 12시경에 일어나서 아주 쌩쌩한 정신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이 생각들만큼이나 인생이 흘러가 준다면....아, 아주 끔찍한 일이 되겠구나.
간만에 뭔가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고 싶어서, 그리고 최근 나를 괴롭히는 피부병때문에 침대에 그냥 누워있기엔
정말 너무너무너무나도 좀이 쑤셔서 나도 오랜만에 나의 블로그에 들어왔다.
요새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글을 질러놓고 그것을 나중에 보면 꼭 남의 글을 보는 것같은 요상한 기분때문에
그리고 요새 나의 일상은 아주 토를 확 뱉고 싶을 정도로 내 맘에 들지 않아서 한동안 글을 적지 않았더랬다.
근데 다시 좀 근질근질한 게 이제 드디어 인도여행기를 쓸 시기가 도래한 모양이다. 흠.

지금의 선곡은 안드레 쉬프의 바하 평균율클라비어 피아노연주집.
아직도 비포어선라이즈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빈, 잘츠부르크, 아니 독일권의 어느 도시, 인도, 그리고 서울, 안산,
클래식의 매력 중 한 부분은 그것이 어느 삶이든 바하의 음악처럼 딱 아다리맞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지금의 아주 지루하고 잠 안 오는 촌도시 안산의 열대야의 밤을 새어야 들을 수 있는 평균율에 버무린다면
내게 있어 더이상 이런 호사가 있을 수 있을까.


...3시, 잠이 오지 않는다. 무언가 미련이 남아서 싸이월드 클럽을 마구 뒤지다가 '이젠'
내가 어떤 모임에서 어떻게 만족감을 얻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정말 내가 마음에 들었던 모임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 짧은 추억들과 작은 행복들이 있었을 뿐...
그것에 대한 미련이 주는 고통은 훨씬 길고 깊어, 나는 왜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모임, 사람들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그런 것에
자꾸 혼자 애착을 가질까. 제일 먼저 치고빠질 것 같은 사람이 혼자 미련하게 마지막까지 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포기할 수 없을까. 이젠 줄 정도 별로 없으면서 말이지.
재미때문에 그렇다면, 아....이제 제발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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