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딱히 잠을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문제인데 잠이 오지 않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민이 시작되어서 잠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그 고민은 내 인생을 쭉 훑고 지나가서 마지막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그 문제로 넘어갔다.

참 웃긴 거지, 나는 진로문제보다 그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진로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마음이 답답하고 괴롭지 않았다.
뭔가 막막하긴 하지만 그만큼 내겐 아직 선택권이 몇가지 남아있으니까 여러가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었지만
그 문제, 1년이 넘게 나를 발목잡고 있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자 가슴이 심히 답답해졌다.

실로 7월 내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런데 이 고민의 목적은 그걸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었나?
매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의 실패가 아니었을까.
탈출하고자 하면서도 매번 나는 그 둘레를 빙빙 돌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어떻게해야 하는가? 가슴이 꽉 매였다.

자꾸 그 문제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허무해진다.
내가 애써 잊고자 했던 시도들, 여행을 가려는 것, 학원에 등록하려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한 게
실은 그 문제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생각하면 너무도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같은 곳을 빙빙 돌면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나는 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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