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입사일을 앞두고 생각이 많은 A와 한강을 산책하다.
폭우가 내린 후 가을이 온 모양인지 요즘 서울하늘은 참 청명하다.
우리가 합정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가 목동 위에서 온통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풀지 못한 문제들, 앞으로도 풀기 어려울 문제들을 한강 옆을 스치는 바람에 대고 이야기했다.
다니고 싶은 회사가 없으면,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으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무언가 억지로 책임감을 만들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성공하고 싶고 가지고 싶으니까 돈을 많이 벌어야되고
왜 사람은 스스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일까.
처음부터 가슴팍에다가 아 나는 이러이러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야겠습니다 이렇게 적고 나올 수 없을까.
사람사는 건 무엇일까. 사람은 무엇일까.

나는 학부시절 내내 스스로에게 부과한 문제들의 사이즈가 너무 커서 한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자유가 무엇인지 당췌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그런 게 있기나 하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 유령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나는 공부를 계속하지 싶다.
죽을 때까지 아 이건 이겁니다 이렇게 쉽게 말할 실력이 될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술을 먹으면 핸드폰을 꺼두어야겠다.
정말 모든 사단이 술먹고 핸드폰만지다가 일어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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