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두고 그동안 마음먹었던 유황온천에 아버지와 같이 다녀왔다. 마침 오늘은 비가 쏟아지고 차가 몹시 막히는 날이어서 혼잡스러운 외부순환로를 돌고돌아 2시간여만에 일동에 도착했다. 일동에 잠시 내려서 화장실에 갔다가 뚤레주르에 들렸는데 정말...군시절 생각나는 곳이더라. 그 많은 여인네들은 다 면회 혹은 외박을 온 거겠지. 뚤레주르에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한 일병과 그의 사회인 친구들을 보면서 참...내가 근무한 부대는 철원 43번 국도쪽에 있어서 환자애들이 매번 일동병원으로 외진을 오면 운행을 나가곤 했다. 애들만 병원에 데려다주면 거의 하루종일 자유시간이어서 참 인기가 많았던 배차인데 오늘 일동에 가보니 그때 군의관님과 같이 갔던 피씨방들, 중화요리집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게다가 롯데리아!) 참 왠지 모를 향수를 느꼈더랬다.

내가 간 일동제X유황온천은 꽤 정갈한 시설에 괜찮은 온천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안산에서 구질구질한 찜질방가는데 드는 8천원돈보다 싼 성인7천원으로 즐거운 사우나를(안산 너무 비싸..) 만끽할 수 있다. 탕 종류도 나름(?) 다양한데다가 노천탕에는 남자들이 환장하는 인공폭포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 관리도 꽤 열심인듯 해서 탈의실이나 욕실 내부의 청결상태는 꽤 훌륭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유황이 함유되었다는 게 적어도 뻥은 아닌 듯 하다. 두어시간 정도 사우나를 하고 나니 피부가 완전 개뽀송뽀송(집에 와서 땀흘리니 바로 다시 막장으로 돌아왔지만)한데다가 나의 말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한 가려움증까지 한동안 씻은 듯 느낄 수 없었다.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곳이라 장담할 수 있다. 다만 거리가 먼 게 좀...온천 좋아하고 근교로 여행다니는 거 좋아하시는 분은 뭐 일동 주변에 구경할 곳도 많고 하니 한번쯤 다녀올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음 실은 개강을 앞두고 유황온천을 갔다왔다 뭐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적으려 한 것은 아닌데 오늘 하도 좋은 인상을 받아서 주저리주저리 적은 것 같다. 개강을 앞두고 나는 내 진로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여행, 그리고 방학 동안의 예기치않은 칩거기간동안에 생각한 대로 나는 OOOO가 되어야할 것 같다. 음, 그건 일단 될 때까지 비밀.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건 아직 불분명한 것 같아......다만 그간 원칙은 몇개 세워두었으니 그 원칙대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생각하지만 워낙 내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변덕이 심한 사랑이라 어찌될 지 모르겠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두고 내가 왈가왈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내가 적어도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내가 정말 때려죽일 죄악에 대한 희구를 품고 있지 않은 이상 나쁜 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의 4개월의 나의 포부를 밝히자면
"OOOO가 되고 싶다!" "ZZ는 잊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뭐 이렇다.
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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