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겨울나무들이 참 좋다.
그네들의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외로워도 꿋꿋하게 서있는 그 포즈가 참 마음에 든다.
나도 그렇게 굳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

*
채찍과도 같은 팔을

*
하강,
밑으로 자라는 나무, 혹은 모든 나무는 뿌리를 닮는다.

K10d, m200f4

' >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30일 인화물  (0) 2009.05.31
불이야  (0) 2009.02.17
안개낀 대부도  (0) 2009.02.13
neopan400 사용기(100만년만의 업뎃)  (0) 2008.12.13
태풍 매미의 기억들  (0) 2008.07.25
교회 수련회때문에 대부도에 가게 되었다.
대부도하면 예전에 운전을 배울 때 아버지랑 자주 드라이브하러 갔던 게 생각난다.
시화, 대부도 이 지역은 시화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의 영향으로 해안치고는(정확히는 모름) 유난히 안개가 많이 끼는 편이다.
아버지랑 같이 간 드라이브 때도 안개가 많이 낀 날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처음 들었다.
안개낀 대부도 길을 달리면서 그 노래를 들을 때의 느낌이란...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서 아직도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
그 애절한 느낌.

각설하고 안산에 대부도에 가는 버스가 한대 있다.
태화상운의 123번 버스인데 배차시간이 무려 1시간이다.
코스는 내가 사는 고잔신도시에서 시청, 안산역을 경유해, 시화를 지나 대부도, 탄도에 이르는
그야말로 기사아저씨 떡실신하게 만드는 코스이다.
수련회 시간에 맞춰서 안산에 내려오지 못해 그 버스를 탔다.
한참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을 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진은 K10d_fa24☆, 혹은 m50.4로 찍었을 것이다..아마..)


서울에서 내려올 때도 안개가 많이 꼈다고(정확히는 공기 참 더럽다고)느꼈지만
시화방조제를 지나며 보는 안개는 마치 구름같았다.
산에 오르는 보는 구름처럼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것이..

대부도에 내려서도 안개는 계속되었다.
정류장을 약간 지나쳐서 내려서 결국 목사님에게 전화를 드렸고
그때까지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안개보면서 계속 사진찍을 생각만;;)
언젠가 다시 안개낀 대부도에서의 드라이브를 할 날이 오겠지??
물론 위험하지만...
그 속에 어떤 위험한 것들이 가득한 지 모르지만,
왠지 모를 비현실감, 신비함이 안개의 매력 아닐런지..


*
*


*

*

*

*


*

09.2.13

' >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이야  (0) 2009.02.17
겨울나무  (0) 2009.02.13
neopan400 사용기(100만년만의 업뎃)  (0) 2008.12.13
태풍 매미의 기억들  (0) 2008.07.25
군대가기 전의 기억들, 홍대앞 출사  (1) 2008.07.20

흑백사진을 많이 써보진 않았다.

우선 흑백을 온전히 현상해주는 곳을 찾기 힘들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여태껏 흑백필름은 딸랑 두번 써봤을 뿐이다.

이번에 사용한 neopan400이 그 두번째 필름인데 결론부터 내리자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왜 neopan400인가,

예전에 일하던 사진관에서는 흑백현상, 흑백인화를 해주진 않았지만(전용약품이 필요)

흑백스캔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스캔을 하고 디지털인화를 하는 것이므로)

지금 한나라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강명순 목사님(그때는 그렇게 대단한 분인지 몰랐다는;)이

어느날 예전에 촬영하신 필름을 가지고 스캔을 주문하신 적이 있다.

그때 맡기신 필름이 바로 neopan이었다.

기억나는 건 감도도 써있지 않고 그냥 neopan이렇게 써있는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필름들 속에

따뜻한 풍경들이 빛도 바래지 않고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오래된 컬러네가들을 인화해보면 왠지 빛바랜 느낌 있지 않은가.

그런 세월의 풍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흑백필름이라면 오래된 필름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것이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안에 풍경들이 컬러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살아남았음을 느꼈다.

그때 꼭 neopan을 한번 써보자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DSLR을 영입하고 학업이 바빠지면서 일을 그만두고도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일반 네가필름들도 6개월만에 현상하고 흑백필름은 꿈도 못꾸는 날들이었다.

한참 있다가 이번 가을에 새학기가 되고 다시 MX를 꺼내들면서 neopan400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MX+m50.4mm로 촬영된 것들이다.)

 


가을길


단풍


학교농구장, 밤


달밤, K관 앞


웃는 친구


어두운 곳에서 비교적 만족스럽게 나온 사진
학교선배


어둠에 잠기다





neopan400을 쓰면서 느낀 장점은 다음과 같다.

입자가 곱다. 감도400의 필름임에도 불구하고 입자가 거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광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물촬영용으로 부담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조금 노란끼가 도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주관적인 색감판단임;)

왠지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단, 사진들이 전부 오버로 찍혀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두루뭉실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입자가 부드러워서 더 그런가..

이건 여러번 써보면서 더 알아봐야겠지만 원경을 찍거나 자세한 묘사가 필요한 사진에는 안어울릴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흑백필름들을 또 만나볼 지 모르겠다.

만약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면 자가현상을 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번에 neopan400을 통해서 얻은 만족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첫 흑백필름(두번째지만 처음은 멋도 모르고 썼던;)으로 기억될 것 같다.

 

(2008.12.13 ,泫)


' >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이야  (0) 2009.02.17
겨울나무  (0) 2009.02.13
안개낀 대부도  (0) 2009.02.13
태풍 매미의 기억들  (0) 2008.07.25
군대가기 전의 기억들, 홍대앞 출사  (1) 2008.07.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