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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었다.

 

여행의 막바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델리로 돌아온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다.

여행에서 피부병에 걸린 것도 있었고 너무 덥고 추운 곳을 오랫동안 돌아다녀서 몸이 탈이 난 것도 있었지만, 고기를 못 먹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 게 한 것은 이제 인도를 떠나 한국으로 가야한다는 운명 그 자체였다.

그 땅은 나를 사로잡았고 이제 막 만난 사랑을 떠나서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몹시나 절망스러웠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이유는 일정과 상관없이 너무나도 많았다. 발에는 종기가 나서 걷기가 힘들었고 피부병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고 따뜻한 잠자리와 몸에 맞는 음식, 누군가 달라붙지 않는 안전한 길거리, 보고 싶은 내 친구들,..

이런저런 이유들로 나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더는 여행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러나 라닥을 떠나서, 스리나가르를 지나 돌아오는 매 순간순간마다 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끊임없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들었다.

델리는 처음 바라나시에서 올라왔을 때도 좋지 않았지만 다음날 귀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최악이었다.

울적하고 몸도 꾸리꾸리하고 해서 나는 하루종일 방에 누워서 TV를 봤다.

인도 TV는 채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더 신기한 것은 그 채널들이 각자의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채널은 힌디로 어떤 채널은 구자라띠로 어떤 채널은 펀자비로 어떤 채널은 영어로....

인도는 떠나는 내게 인도의 영화와 음악을, 그들의 매체를 내게 전달해줬다.

한없이 울면서도 신기한 물건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고 뚝 그친 아이처럼 나는 마지막 날의 슬픔을 그들의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견딜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기약없이 여행을 미루고 있지만

인도 영화와 인도 음악은 아직도 내게 그 "위험천만한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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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로 가는 버스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를 바라본 건지, 아니면 포즈를 잡은건지 모르겠다.

인도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했다.

 

포즈를 잡는 인도인도 자연스럽고 포즈를 잡지 않는 인도인도, 사진을 찍지 말라고 거부하는 인도인도 자연스러웠다.

어떨 때는 너무 뻔뻔해보이고 그 뻔뻔한 모습이 어떨 때는 너무나 자유로워보이고..

 

덕분에 나도 꽤나 뻔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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