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셨수?"


"왜, 인도로 오셨어요?"
당신이 만약 인도의 어느 곳을 걷다가 한국사람을 마주치면 거의 십중팔구 마주치게 될 질문이다. 이 질문은 왜 (인도같은)(후지거나 혹은 힘든) 곳으로 여행을 왔냐는 말을 생략하고 있다. 또 (인도같은)(후지거나 혹은 힘든) 곳으로 여행을 온 자기자신에 대한 질문 혹은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섞여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곳에 오셨어요?"
나는 왜 인도로 갔을까. 인도에 있을 때 나는 그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그냥 좋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좋지 않았던 적이 많았고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가끔은 인도의 거리도 지겹고 계속 말을 붙여오는 사람들도 너무 짜증나서 솔직히 패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쁜 조건속에서도 아주 많은 순간 만족스러웠고 심지어는 행복한 적도 있었다. 참으로 알 수 없게도.
나는 왜 인도로 갔을까. 이것을 설명하는 시도는 내가 인도로 간 상황, 인도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느낀 점들을 모두 종합하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왜, 인도로 오셨어요?"는 궁극적으로 내 여행기를 모두 포괄하는 제목이 될 것이다.
때문에 자세한, 그리고 유용한 '정보'는 이 글에선 다루지 않을 예정이다.
아주 주관적이고 참을성있게 바라봐야하는 글이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만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오빤 내가 왜 좋아?"

조제, 그 아이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것저것 말했지만 실은 그 아이의 하나하나의 장점을 놓고 보자면 그건 다 거짓말이었다. 일례로 나는 세상에서 그 아이가 가장 이쁘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통념에 동의한다면) 세상에는 그 아이보다 이쁘고 늘씬한 미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성격이나, 여러가지 장점들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나는 그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별것아닌 장점이나 단점들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인도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도는 한국인들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더럽고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고 눈치도 없으며 거짓말을 아주 밥먹듯이 하며 치안은 개판이고 또 나라는 어찌나 커서 이동할 때는 정말 개고생이고 무진장 덥고 숙소도 후지고......'관광'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도는 정말 단점투성이인 나라일 뿐으로 나는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만약 인도로 관광을 간다고하면 정말 따라다니며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나는 왜 인도로 갔을까? 인도행을 결정하던 봄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인도라에 대해 부처님의 고향, 수많은 철학과 종교가 일어난 곳, 브릭스의 일원으로 한창 떠오르는 개발국가, 약간 후진 나라 이 정도의 막연한 인식밖에 가지고 있지 못 했다.
사실 처음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려고 했다. 아는 후배가 계속 꼬시기도 했고 나 자신도 서구국가들에 대한 동경을 심히 많이 품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여행은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아마 SLR클럽이었을거야, 거기에서 어느 분이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고 인도에 대해 갑자기 엄청난 동경을 품게 되었다. 그 분은 한 게시물에 정말 많은 인물사진을 올렸는데 나는 그 안에서 후줄근하고 누추한 사람들의 몸뚱아리 위로 뭔가 불타오르는 듯 빛나는 그 눈동자들을 보고야 말았다. 홀렸다고 말해야할까. 그 뒤로 인도에 대한 게시물들, 인도방랑기의 여행기들을 뒤져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선진국들의 대륙은 나에게 잊혀지고 말았다. 나는 달아올랐다. 꼭 소개팅 직전에 상대방의 (사기)사진을 본 느낌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인도를 만나고, 만지고, 말하고,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실은 인도의 그 저렴함이 참 마음에 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럽에서 한달동안 빌빌 대면서 매일 햄버거를 벗삼는 날들을 이어가야하는데 그 돈으로 인도에서는 그럭저럭 두달을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약간 방탕한 쇼핑과 술판으로 인해 나중에는 계획보다 조금 더 돈을 쓰긴 했지만...인도 여행의 굉장한 장점 중 하나는 몹시 저렴(이 말은 한국적인 의미에서) 연인에게는 모욕이 되겠지만하다는 점이었다. 그래 비유로 말하자면 더이상 굳이 비싼 레스토랑, 비싼 선물을 요하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연인과 같다고 할까.

다시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인도에서 쓴 돈만큼 다른 여행지를 갔다면 어땠을까. 유럽에서는 크게 고생하지는 않았겠지만 인도처럼 많은 땅과 많은 사람들을 접하진 못했을 게다. 동남아에 갔다면 꽤나 호화롭고 대접받는, 그리고 꽤나 향락에 젖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북미나 남미는 아마 비행기값이 나의 여행비용과 맞먹었을 것이며.......앞으로 살아가면서 인도보다 좋은 여행지를 분명 나는 만날 것이다. 그러나 스물여섯 나의 봄, 이것을 송두리째 인도에 투자한 것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내게 인도는 최고의 선택지였고 나는 다시 그것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인도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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