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느낌이 참 좋았다.
"소년, 사랑에 빠지다." 이 말이 떠올랐다.

사랑이란 얼마나 아리달쏭한 것이냐.
귀엽지만 잔혹하고 순수하지만 용서받지 못하고, 좋아하지만 미워하고,
불안하고 충동적이면서도 단단한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녀의 진심은 무엇인가?
얘도 나중에 그꼴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안다. 아무리 현명한 자라도 그때가 되면 벗어날 수 없는 게다.

이것저것 어수선한 상황에서 본 영화라 뭔가 잘 정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단순하고 느낌은 강렬해서 뭔가 나를 쿡쿡 찌르는 건 잡아낼 수 있었다.

"오스칼, 난 평범한 소녀가 아니야.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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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매혹적인, 그리고 약간 피냄새나는 사랑이야기.
원작소설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발밑에 내려놓는 것'
소년은 기꺼이 소녀에게 그 삶을 내려놓은 걸까. 후회되면 어떡하지?


굉장히 좋은 영화. 굉장히 좋은 이야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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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이 살고 있는 도시.(나는 뉴욕인 거 같은데 런던이라는 의견이 있어서 헷갈림)
매일 같은 삶이 반복되고 어김없이 밤이 찾아오지만 임종을 맞이하는 여자도 있었다.

쥴스 다신 감독의 스릴러.
노련한 형사와 열정넘치는 신참내기 형사가 주인공이다.
스토리는 어찌보면 다소 평이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레이션을 이용한 전개와 내레이션이 언급하듯이 '실제' 도시의 풍경과 인간들이 이 영화의 포인트이다.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속은 곪고 허영으로 가득찬 삶들.

늙은 형사를 연기한 배리 피츠제럴드의 연기가 인상깊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범인들의 심리를 꿰뚫는 모습을 정말 멋지게 연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추격씬은 굉장히 박력있고 재미있었다. 60년 전에도 이런 속도감을 연출할 수 있겠다는 게 참 대단하다.
근데 왠지 이 추격씬 우리나라 모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좀 찾아봐야겠다.

나른한 오후에 집에서 책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간 것 치곤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중간에 영사기가 고장나서 DVD로 바꾸는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뭐 그러려니 했다.
좋은 영화를 보는데 관대해져야지.
지금 필름포럼에서는 장르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다음주부터 일본(핑크빛)영화 특선이니 괜찮을 듯 싶다.


+미국 맞는 듯 싶다. 생각해보니 극중에 루즈벨트의 이름을 붙인 건물이 등장했으니 아마도?
그리고 헐리웃영화가 굳이 영국을 배경으로 할일도 없는 듯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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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태 감독 93년作

청의 건국 후 10년,
죽어가는 황제를 살리기위해 조정의 무사들이 20년에 한번 피며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꽃을 구하기 위해 눈덮인 천설봉을 오른다. 그 꽃은 피어있었지만 10년을 그 자리에서 기다려온 무당의 제자 탁일항에 의해 무사들은 죽임을 당한다. 무사 중 우두머리가 죽으면서 말한다. "황제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영화의 주된 주제이며, 이 영화의 전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뭐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야기는 다시 탁일항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명말 무당파의 수제자인 탁일항은 무공의 성취는 뛰어나지만 성품이 착하고 남을 돕길 좋아해(모범적이잖아ㅡㅡ;) 사고를 많이 일으킨다. 어느날 죽을 위기에 처한 새끼염소를 구하기 위해 일반인을 때리고 염소를 가지고 도망치면 탁일항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밤이 깊고 하필이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늑대가 달려들어 탁일항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절벽 위에서 늑대여자, 랑녀가 등장하게 되고 탁일항은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시간이 흘러 탁일항과 랑녀는 관군에 의해 수탈당한 어느 마을에서 도망나온 부부의 출산을 돕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탁일항은 왠지 모를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랑녀 역시 그에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랑녀는 다시 중원을 침범한 마교의 호법으로서 탁일항을 비롯한 무당파의 요인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탁일항 역시 무림맹주의 제자로써 명문정파의 제자들을 이끌고 마교를 처단할 것을 명받게 된다.

마교가 정파제자들을 습격한 날, 둘은 마주치게 되고 탁일항은 부상당한 랑녀를 이끌고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랑녀를 치료하고 랑녀와 사랑을 이룬다. 랑녀의 성이 연씨라는 것을 알게된 탁일항은 그녀에서 연예상이라는 이름을 선물하고 언제나 그녀를 믿을 것과 사랑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그러나 샴쌍둥이인 마교 교주는 연예상을 사랑하고 있었고 무당파에 일어난 비극은 탁일항이 연예상을 불신하게 만드는데......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연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무수한 팬들을 울린 백발마녀전은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지만 당시 한참 유행하던 홍콩 무협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장국영의 미칠 듯한 간지, 임청하의 매력과 포스, 그리고 어두우면서도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가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처음 탁일항이 등장하는 씬의 장중하면서도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바로 다음 등장하는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씬의 약간 탁하면서도 밝은 분위기가 선명하게 대조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가 풀어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런식으로 이 영화에서는 분위기가 상하로 반복하는 구조가 많다.

이 영화는 무협영화지만 사실 액션에 관한 부분은 조금 미약하다고 볼 수 있겠다. 당시의 기술수준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의 액션은 최근 무협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미려함보다는 왠지 투박하고 약간 유치하다 싶은 느낌을 준다. 시대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황비홍에서의 정교함과 비교해도 그렇다. 나는 두가지 면에서 액션의 빈약함을 변호하고 싶은데 우선 이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리얼함보다는(근데 은근히 잔인하기도 하다) 좀 유치해도 말도 안되는 효과가 필요했다는 것과 이 영화가 주력한 부분이 액션보다는 로맨스에 있다는 점이다. 실은 '운명때문에 이룰 수 없던 사랑'이 이 영화를 인기있게 만들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게다. 남자들끼리 보러가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멜로영화로서의 면모가 더 크지 않았을런지.


"황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10년을 설산 위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자리를 지켜온 장국영선생은 말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한 여자다. 나는 10년을 기다렸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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