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인즈버러는 '지성적인'체 할 의향이 전혀 없었으며 단지 그의 뛰어난 붓놀림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과시할 수 있는 솔직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초상화를 그리길 원했다. 따라서 그는 레이놀즈가 우리를 실망시킨 바로 그 점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했다. 어린이의 홍조띤 얼굴색이나 망토의 번쩍이는 천을 묘사하는 방법, 모자의 가장자리 장식과 리본을 처리한 방법 등은 모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체의 특성과 외양을 묘사하내는 그의 완벽한 솜씨를 보여준다. 그의 빠르고 성급한 붓질은 우리에게 프란스 할스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게인즈버러는 건강이 좋지 못한 예술가였다. 그의 많은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색조의 섬세함과 세련된 붓질은 오히려 바토의 그림을 상기시킨다.

<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1994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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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미국을 지배하는 세력인 갱단에 대한 고발이자, 국민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위협이 날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무관심한 정부에 대한 고발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실제 사건을 재현한 것으로써, 정부에게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정부는 바로 당신의 정부이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1920년대,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 구시대의 마지막 갱 두목 루이 코스틸로(일명 빅 루이)가 살해된다. 그의 보디가드이자 오른팔인 토니 카몬테(일명 조 블랙)가 또다른 두목 자니 로보의 사주로 저지른 것이라는 혐의를 받지만 증거가 없다. 토니는 로보 밑에서 조직의 2인자 노릇을 하면서, 앞뒤 안 가리는 폭력으로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 그에겐 유일하게 애정을 쏟는 여동생 체스카가 있으며, 보스 자니의 여자 포피에게 호감을 가진다.

 한편, 토니는 북쪽 지역 갱단의 밀주 상권까지 세력에 넣으면서, 때마침 휴대용 기관총까지 등장, 시카고는 온통 총격전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된다. 이러한 상황은 경찰을 사칭하고 상대편 갱 7명을 사살한 발렌타인 대학살 사건으로 절정을 이루는데." (출처 : 네이버 영화)

음, 우리 영화로 치면 공공의 적이랄까.
그러나 공공의 적이 사회악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수를 그린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적'에 대해 보다 치밀하게 그리고 적어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그려져 있다.
토니 카몬테는 아주 외로운 사람이다. 지나치게 마초적인 외면, 엄청난 소유욕의 뒤에는 미칠듯한 외로움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올라서고 싶고 가지고 싶고 어떤 것도 뺏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상식을 초월해서 잔인해질 수 있고 머뭇거리는 적들을 향해 경기관총을 갈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결국 자기자신의 의심과 욕심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혼자남는다. 잠시나마 동생을 향해 오열하면서 인간적인 감정을 표출했지만(그나마도 아동적인 집착의 발로) 결국 혼자 살아남으려 비열하게 도망치려다가 경찰의 총알세례를 받고 쓰러지고 만다. 냉혹한 듯 하면서도 뭔가 우물쭈물거리는, 뭔가 말할 게 있는 거 같은데 말하기보다는 총을 당기는 마초의 모습이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그런 내용과 더불어 강한 명암을 이용해서 이 남자의 고뇌를 표현한 게 마음에 들었다. 강한 라이트에 약간 일그러진 마초의 얼굴 반쪽에 드리워진 그늘은 잔인한 갱들의 삶을 상징하는 듯 싶다.

그러나 저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과거 영화들은 검열의 영향과 시대의 도덕에서 부자유스러웠을게고 (어쩔 수 없이)절제된 표현으로 인해 심히 삼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담백한 건데, 저번 네이키드 시티 때처럼 초반에 엄청 졸아버렸다. 한 20분 정도를 졸았나 ㅠ-ㅠ. 근데 이런 영화들은 구성 또한 고전적이어서 중반 이후로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절제된 표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는게(CG로 떡칠하지 않아도) 대단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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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라신의 비극.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토스"가 원작이다.

테제(테세우스)왕의 젊은 왕비 페드르는 의자인 이뽈리뜨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한 페드르는 이뽈리뜨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저승으로 모험을 떠난 테제왕이 죽었다고 거짓으로 이뽈리뜨에게 고해 테제왕과의 사이를 틀어놓는다.

테제왕은 저주를 내리고 젊은 영웅 이뽈리뜨는 저주로 인해 괴수와 싸우다가 죽게 된다.

페드르는 죄를 자백하고 자결하고 테제왕 역시 뒤를 따르려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프랑스문학개론 시간에 본 작품 중 하나.
최현무교수님은 그때 이 작을 얘기하시면서 라신이 인간의 정열, 혹은 정념을 훌륭하게 그려냈다고 말하셨다.
나는 그때 이 작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이 주제의식에 빠져들게 되었다.
페드르는 운명의 피해자지만 사실 그녀가 그 사랑을 선택한 측면이 크다.
그녀는 그 사랑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또 죄의식으로 인해 고뇌한다.
하지만 정념, 그 사랑은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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