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적절하게 분립되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철저하게 지켜지던 로마의 공화정은 로마가 수많은 강적들을 격파하고 지중해의 왕자가 되게끔 만들었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는 로마 이외의 영웅들도 등장하지만 한 영웅의 업적이 그 나라의 국익과 적절하게 조합되고 또 그 영웅도 평화롭게 하나의 시민으로 돌아갔던 것은 공화정 시기의 로마에서였다(군왕들은 제외). 로마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장 뛰어났던 점은 부와 학문, 종교, 기술이 아닌 로마의 조건과 부합하는 훌륭한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리우스의 시기에서부터 평민과 원로원의 정치적 균형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차 정복지가 길어지면서 과거 1년이라는 임기를 철저히 지켰던 군사령관들(집정관의 임기가 1년이어서 적어도 그것을 연장하기 위해선 원로원의 동의가 필요했다.)은 점점 강력하고 부유한 군대를 이끌고 장기간 로마를 벗어나 있게 되었고 군대를 사유화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로마의 부가 정복으로 인해 급증하게 됨으로써 대적들에 맞서 싸울때만 해도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유지하던 시민들은 향락에 눈을 뜨게 되었다. 파벌화된 군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시민들이 매수당하면서 원로원의 견제는 카토, 키케로의 경우와 같이 무력화되었기 때문에 원로원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감찰기능 역시도 마비되었고 이로 인해 부패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게다가 폼페이우스 시대의 로마는 카이사르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 당시의 로마는 부패가 심해서 관직에 오르려면 공공연하게 돈을 주어 사람들을 매수했고, 시민은 투표로써 싸우지 않고 활과 칼 그리고 돌팔매질로 싸웠다. 그야말로 나라는 사공이 없는 배와 마찬가지였다.
 사태를 지켜본 뜻있는 사람들은 이런 무질서 끝에 공화제가 무너지고 군주제가 출현하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들은 이러한 부패의 끝은 군주제뿐이며, 부패를 치료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는 폼페이우스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폼페이우스는 겉으로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애쓰고 있었다. 그의 속셈을 눈치챈 카토는 원로원 의원들을 설득하여 폼페이우스를 단독 집정관으로 당선시켰다. 그것은 합법적으로 군주제를 제공해서 폼페이우스가 독재를 하려는 생각을 헛되이 만들려는 것이었다." [각주:1] '>

제대로 된 공화정은 최상의 정치제도지만 부패한 공화정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의 유혹때문에 내란을 낳게 되고 제도가 권력보다 먼저 무너지기 때문에 쉽게 그 권력을 탈취당하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시오노 나나미와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참주정이나 군주정의 우수성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로마의 군주정은 공화정을 무너뜨린 문제, 부패를 해결할 수 없었다. 군주의 강력한 권위로 군대와 시민들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긴 했지만 그것은 '유지'에 불과할 뿐, 공화정 시기의 로마가 보여준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진 못 했다. 로마의 공화정이 처음 처한 상황과 군주정이 출발할 당시 로마가 이미 패권을 쥐고 있었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이 둘 중 무엇이 더 대단한가는 쉽게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명박 정부,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재계와 시장주의자들의 요구, 그들이 주장하는 친시장적인 정부가 가지는 문제점을 로마의 경우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았다. 시장주의자, 혹은 극렬한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할 때 정부는 한 국가의 경제적인 부흥을 돕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아주 옛날처럼 야경국가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근데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부의 미덕은 얼마나 '성장'했느냐 이 기준을 만족하는가 아닌가이다. 하지만 로마의 위대한 업적은 로마가 부를 추구하는데서부터 오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로 르네상스시기에 이탈리아의 번성한 도시국가들은 정치적인 자립을 이루어낼 수 없었으며, 또 반대로 미국이 현재 최강의 국가가 된 것은 영국보다 더 부요한 국가가 되어서는 아니다. 국가가 부의 증진을 그것의 존재목적으로 여기고 또 그 늘어난 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정치제도를 갖추어두지 않으면 로마처럼 부흥하기도 전에 그 나라는 스러져버릴 것이다.

  1. '"<플루타르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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