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본 영화. 괜찮았다. 기대했던 브래드 피트는 오히려 조연에 가까웠고 영화의 거의 모든 챕터에 등장하면서 정말 제대로 '나쁜(악질적인)'놈의 포스를 보여준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만난 물고기마냥 영화 전체를 휘저어놓는데 그야말로 명품연기다. 모든것이 뽀록난 줄 모르고 거짓말을 계속하는 다이앤 크루거를 보고 미친듯이 웃는 장면에서는 관객 또한 어쩔 수 없이(관객이 미워하리라 짐작되는)그 사나이의 입장에서 같이 낄낄거리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다소 악해보이는)타란티노의 문법에 적응하게 된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았을까..아마 액션을 기대하고 온 관객이나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관객, 즉 잔인하지 않은 헐리웃 액션을 원하는 관객, 그리고 윤리의식이 뚜렷한 관객, 다소 보수적인 관객이라면 '뭐 이딴 영화가 있어?'라고 말할 법하다. 타란티노는 키치를 그야말로 골을 까며 비웃는데 키치에 사로잡혀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불쾌하고 불편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진 않다고 본다. 상업영화니까. 은근히 재밌는 구석이 많이 있다. 아니 그런 '은근히' 재밌는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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