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러우니까 애국심이 솟구친다.

시벨리우스가 핀란디아를 작곡하던 시절 그의 조국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다. 핀란드의 독립운동세력은 애국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시벨리우스에게 역사극 '예로부터의(혹은 옛부터의) 정경'의 음악을 위촉했고 시벨리우스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은 7개의 음악을 작곡했다. 그 중의 하나인 핀란디아는 개정을 거쳐 교향시로 탄생했는데 처음에 관객들은 이 음악을 듣고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이내 이 곡 안에 숨겨져 있는 뜨거운 애국심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불온하다고 하여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연주를 금지당하게 되었다.

곡은 투쟁의 모티브와 축제의 모티브가 교차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켜나가다가 '핀란디아 찬가'로 유명해진 경쾌한 선율로 클라이막스를 맞게 된다. 꼭 승리를 예감하는 것처럼.

러시아가 당시엔 얼마나 강력했을까. 누구는 끝도 없이 절망하고 누구는 체념하고 누구는 순종하고 누구는 기약도 없는 싸움을 계속 했겠지만..이 음악이 살아남은 것처럼 이 음악 속 정신 역시 살아서 우리에게 승리의 예감을 전해준다. 지금 여기 한국도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이지만 언젠가는..

'세상 > 들어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ch Cello Suites  (0) 2010.03.18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Antonin Leopold Dvorak  (0) 2009.12.16
유재하 1집  (0) 2009.12.06
Verbal Jint 3집, <The Good Die Young>  (0) 2009.11.03
Carla Bruni, Comme De Rien n'etait  (0) 2009.10.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