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속의불만(프로이트전집12)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열린책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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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에서는 집단 심리에 대한 르 봉의 논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르 봉이나 지크헬레와 같은 저자들은 집단 안에서 개인이 이러저러한 변화를 겪는다는 걸 발견했지만,
그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집단이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만나는 모든 집단을 포괄할 수 있느냐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일시적 관심에 따라 서둘러 집합된 일시적 성격의 집단', 특히 프랑스 혁명기에 그들이 접한 '집단의 성격이 그들의 서술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 한편 '사회 제도 안에 통합되어 있는 안정된 집단이나 조직'의 심리는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맥두걸(William McDougall)은 저서『집단 심리The Group Mind』를 통해 르 봉과 지크헬레의 집단과 제도 속에서 안정된 집단 사이의 모순을 조직이라는 형태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가장 단순하고 조직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없는 집단은 군중crowd인데 물론 여기에도 조직의 싹이 있고 집단 심리학의 여러 가지 성격을 관찰할 수 있다. '무작정 모인 군중의 구성원들이 심리학적 집단을 이룰 수 있으려면 우선' 비슷한 감정과 상호간 영향력을 보유하는 정신적 동질성mental homogeneity이 필요하며 이것이 높아질 수록 집단 심리의 징후는 더욱 뚜렷해진다. 맥두걸에게 있어 집단 형성이 낳는 가장 중요한 결과는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감정의 고양이나 강화exaltation or intensification of emotion이고, 이것이 일어나는 방식을 맥두걸은 원시적 공감 반응에 따른 감정의 직접 감응의 원리principle of direct induction of emotion by way of the primitive sympathetic response로 설명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앞에 르 봉의 논의에서 상술한 '전염'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전염의 효과는 슬픔이나 놀라움, 분노 등 일정한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징후가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에게도 자동적으로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맥두걸은 '조직화하지 않은 단순한 집단의 심리적 태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그에 따르면 집단의 정신 활동을 좀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주요 조건'이 있는데
①집단이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가지고 일정 기간 존속해야 한다.
②집단 구성원들이 맺는 관계를 위해 집단의 본질과 구성, 역할, 기능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③집단들간의 상호 작용(경쟁)이 있어야 한다.
④집단이 전통과 관습 및 관례를 가져야한다.
⑤집단이 명확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맥두걸에 따르면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집단 형성이 정신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원시적인 감정 전염)은 제거된다. 프로이트는 여기에서 트로터(WIlfred Trotter)의 의견을 인용하는데, 집단 형성때문에 개인에게서 사라져 버린 특성을 조직이라는 형태가 다시 집단에 부여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유기체적인 분화로 봤는데, 조금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이트는 집단 속의 개인은 감정의 영향을 받기 쉬운 경향은 증가하는데, 지적 능력은 저하되는 르 봉의 논의와 조직화를 통해 이러한 달갑지 않은 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트로터의 논의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고 본다. 문제는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인데 우선 프로이트는 "암시Suggestion"를 그 요인으로 제시한다. 그는 집단의 효과는 '모방'의 결과라는 타르드(Jean Gabriel Tarde)의 주장을 반박하며 모방, 전염은 사실상 "암시"의 결과일 뿐이며, 더 나아가 '암시가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없는 원초적 현상이자 인간의 정신생활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 사실'이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암시의 중요성을 주장하다가 말고, 갑자기 암시에 대한 논의를 '내 주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사의 몫으로 미룬다. 아마, '암시'가 가져올 논란에 대해서 말년까지도 자신이 없었나, 하고 생각해본다.
 프로이트는 "암시" 대신 신경증 연구에 사용한 "리비도Libido"개념을 이용한다. 리비도는 "사랑이라는 낱말 속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과 관련된 본능들의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사랑은 기본적으론 성적 결합을 목적으로 하지만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되며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이미 기존의 철학과 신학에서는 사랑에 대해 따로 구별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사랑들의 기원과 성애의 관계는 그 넓은 의미 상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은 이 사랑의 본능들이 갖고 있는 주요한 특징과 그 기원 때문에, 그것을 성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프로이트 당시의 여러 반론과 비난때문에 그는 여기에 대해 많은 반론을 펼치고 있으며, 뭐 요즘의 상식에도 사실 깜짝 놀랄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정신분석학의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인 테제니까 따라가기로 하자. 이제 우리의 주제인 집단의 심리에도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애정 관계가 집단 심리의 본질을 이룬다는 전제"를 다음의 두 가지 생각이 뒷받침하는데, 우선 집단을 묶어주는 모종의 힘은 그 성공적인 결과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을 결속시키는 에로스의 힘"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집단 안에서 개인은 "다른 구성원들과 대립하기 보다는 그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이는 신생아에 대한 프로이트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때문에 결국 자신의 개성보다는 다른 구성원들의 암시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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