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속의불만(프로이트전집12)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열린책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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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심리학 공부를 위해서 프로이트(Sigmund Freud) 와 융(C.G. Jung)을 읽고 있다. 지난 학기에 융을 읽어야할 직접적인 필요가 있기도 했지만..
이미 무수히 까이고 비판받은 그들이지만, 사실 그들의 글 자체를 읽고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한 번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프로이트 전집, 융 전집을 뒤적뒤적 하고 있다.
예전에 봤던 에리히 프롬이나 마르쿠제같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글에 보면 프로이트의 개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본 프로이트의 글은 비판이론에서 아주 시사할 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2003년판 프로이트 전집 12권 (열린책들)에는 표제로 사용한 "문명 속의 불만"을 비롯해서
사회심리학의 핵심 개념들을 다룬 1차대전 이후의 후기 논문들이 담겨있다. (프로이트는 "멀리 우회한 뒤, 오래전에 사로잡혔던 문명의 문제로 되돌아왔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 문제를 고찰하기에는 너무 젊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 일이주일 정도 투자해서 여기에 그 내용을 간략하지는 않지만(능력 부족으로) 그래도 알아볼 수 있게 요약해서 올리고자 한다.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 "문명 속의 불만" 이 두 개를 정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짧게나마 리뷰할 계획이다.



프로이트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 Messenpsychologie und Ich-Analyse”(1921) -1.

1. 서론

이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본인의 개인 심리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집단 심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집단 심리학과 개인 심리학은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 심리학에서 비록 개인의 심리를 다루지만 개인의 정신생활에서 타인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들며 개인 심리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개인 심리학은 처음부터 사회심리학이기도 하다.” 집단 심리학은 한 개인에게 중요한 소수와의 관계들보다는 한 개인이 소속된 인종, 민족, 계층, 직업, 단체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 또는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목적을 위해 집단으로 조직된 군중의 일원으로서의 개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까 집단 심리학은 미시 경제학과 거시 경제학의 관계처럼 개인 심리학적인 기초 아래 집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그 결과에 대해서 연구한다.

2. 집단 심리에 대한 르 봉(Le Bon, Gustav)의 서술

프로이트는 집단 심리에 대한 르 봉의 뛰어난 저작 집단 심리학Psychologie des foules에 대한 인용으로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고 있다. 집단 심리학은 그동안 심리학에서 모든 것을 밝힌 줄 알았던 개인이 심리학적 집단의 특증을 얻은 인간 무리 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행동한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해 답해야 한다. 개인의 특질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개인들이 심리학적 집단으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집단 심리를 갖게 만들며, 이렇게 되면 그들은 각자 고립된 상태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이 변화를 증명하기는 쉽지만, 이 차이의 원인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데 르 봉은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답하고 있다.

우선 집단을 이루는 개인들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그들은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감정을 얻고, 혼자 있었다면 억제했을 게 분명한 본능에 몸을 맡긴다.” 집단의 익명성과 이로 인한 무책임때문에 평소에 개인을 억누르던 책임감이 사라지고 개인이 자신을 억제하는 경향은 줄어든다.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집단 안에서 개인은 무의식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여있으며, 이후에 등장하는 개인의 특성은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무의식의 내용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평한다.

르 봉으로 다시 돌아가면, 집단 안에서는 전염(傳染)이 일어나는데, 이는 마치 최면술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집단 속에서는 모든 감정과 행동이 전염성을 갖늗네, 이 전염성은 한 개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할 만큼 강하다.” 그가 볼 때는 이런 경향은 개인의 본성과는 상반되기 때문에 오직 개인이 집단의 일원이 될 때에만 그런 경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르 봉이 지적하는 개인의 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피암시성(被暗示性)인데, 전염은 이것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최면술에 걸린 사람이 <홀림> 상태에 빠져 자신의 의식적인 개성과 의지,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암시에 복종하여 최면술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지배하는 것처럼 심리학적 집단을 이루는 개인도 의지와 분별력, 자기 행동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다른 능력이 고도로 강화될 수 있다. 이런 결과로 집단을 이루는 개인에게는 의식적인 개성이 사라지고 무의식적인 개성이 우위를 차지하며……감정과 사고가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지고,……그는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니라, 의지를 상실한 자동 인형이 되어 버린다.” 프로이트는 르 봉이 집단 속의 개인이 실제로 최면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이에 동의한다는 점을 밝힌다. 그러나 전염과 피암시성은 동등하지 않은데 전자는 후자의 표출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르 봉의 서술에는 누가 최면술사의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다.

집단 속의 개인에 대한 르 봉의 서술을 더 살펴보면, 개인은 조직화된 집단의 일부를 이루게 되면 야만인의 특성(자발성, 난폭함, 잔인성, 영웅주의 등등)을 표출한다. 그리고 심지어 집단 속의 개인은 지적 능력도 떨어지고 만다. 프로이트는 르 봉이 여기에서 원시인과 어린이, 그리고 집단 심리의 유사점을 지적하면서 심리학적 이해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집단 심리는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근대적인 자아를 한번 뒤집어 놓은 것과 거의 동일하다. “집단은 충동적이고 변덕스럽고 성급하다. 집단은 거의 전적으로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집단은 계획적인 면이 전혀 없다.집단은 자신이 전능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집단은 무엇이든 쉽게 믿으며, 영향도 쉽게 받는다.집단은 이미지로 생각한다.따라서 집단은 의심할 줄도 모르고 망설일 줄도 모른다.집단은 곧장 극단으로 치닫는다.너그럽지 못하고 편협하며 권위에 순종적이다.집단 속의 개인은 눈을 뜬 원시적 본능을 마음껏 충족시키려고 애쓴다.하지만 암시의 영향을 받으면집단의 윤리적 행동은 개인의 윤리보다 훨씬 낮게 떨어질 수도 있는 반면 개인의 윤리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다.”마치 신경증 환자가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심리적 현실psychische Realität에 의해 인도받듯이 집단의 정신 활동에서는 사물의 진실에 대한 검증하는 기능보다는 감정적 리비도 집중을 받은 욕망적 충동이 강하게 대두한다.

한편 르 봉에게선 집단의 지도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지도자의 개인적 자질과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도자가 광신하고 있는 사상의 힘, <위신Prestige>이 일종의 지배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3. 집단적 정신생활에 관한 다른 설명들

프로이트는 르 봉의 주장이 실제로는 새로운 점을 전혀 제시하지 못 했다고 평가한다. 집단에서는 지적 기능이 집단적으로 억제된다는 명제와 집단에서는 감정이 고양된다는 명제는 르 봉이 주장하기에 앞서 이미 지크헬레S. Sighele가 공식화했다. 이러한 주장 자체에 대해서도 프로이트의 시대에는 이미 집단이 만들어낸 (지적인) 창조물들, 언어나 소문, 민요나 민담 등등에 개인들이 받는 지적인 자극이 존재한다는 반박 논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맥두걸의 논의부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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