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저자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1-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환상적 기법으로 현실의 이면을 드러낸 현대 멕시코의 대표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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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푸엔테스를 다시 읽은 것도 오랜만이고, 이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여기가 오랜만이라는 말, 그리고 앞으로는 충실하겠다는 말,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또 하게 되네.

푸엔테스를 처음 읽은 것은 도서관에 있던 낡은 <아르떼미오의 최후>를 만났을 때이다.

아마 이 블로그를 뒤져보면 있을지도 모를 부끄러운 독후감도 기억난다.

기억력은 그때가 훨씬 좋았는지 나는 <아르떼미오..>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 소설을 멋모르고 읽었던 것도 기억한다.

한 7~8년, 길게는 10년 전에는 소설들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용맹하게 읽었다.

덕분에 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것들을 어떤 연결선상에 위치시켜야 할 지, 어떻게 꿸 지, 어떤 전통으로 이해할지를 전혀 알지 못 했다.

보르헤스도, 마르께스도, 푸엔테스도, 그리고 요즘 나를 꽉 잡고 있는 밀란 쿤데라도 더 나은 이해가 가능한 날들까지 정치학 책들 저편으로 보류된 채로 남겨져 있었다.


우연하게 다시 푸엔테스를 마주친 것은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집에서였다.

그곳에서 푸엔테스는 <아르떼미오..>와 무관하게 쿤데라에게 친화력을 가지는 라틴 아메리카의 소설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책장에 박혀있던 <아우라>를 읽으니, 


"너는 광고를 읽어. 이런 광고는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는 곰씹어 읽어 보지. 바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광고야."


라는 문장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의 냄새가 느껴졌어. 늙은 아르떼미오가 죽어가며 토악질을 해댈 때의 그 냄새가.

이 도전적인 문장 속에서 주인공은 불연듯 카페에서 일어나 새로운 제안에 대해 솔깃해하며 거리로 나간다.

푸엔테스가 이 소설을 쓰고 찾아냈던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처럼, 영웅들은 갑자기 일어나서 어디론가 걷기 시작하는 거지.

펠리페 몬테로는 그렇게 이타카와 미야기로,페넬로페와 죽은 신부로, 그리고 불안한 욕망 속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아주 짧은 소설에, 일곱 소절의 후기가 덧붙여져 있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이어서 꼭 같이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묘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운 두 악장의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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