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을 보면 나는 야심있게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국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마윈이나 레이쥔이나 뭐 이런 사람들 … 랑랑은 슈퍼스타다. 물론 랑랑의 실력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는 없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며, 슈퍼스타다. 그리고 기왕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슈퍼스타다. 자꾸 이렇게 반복하는건, 랑랑을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클래식 피아니스트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지향하는 바도 아닌 것 같고. 

 이 앨범은 뉴욕을 무대로 한 미국음악들을 새로이 편곡한다. "쭝궈-천조국 관광의 해"를 맞이해 NYC의 관광홍보대사로 임명된 정치적인 맥락이 있기도 하고, 랑랑도 뉴욕에 반했다고. 랑랑은 이 앨범에서 거쉬인에서부터 알리샤 키스까지, 웨스트사이드스토리부터 스파이더맨까지, 다채로운 뉴욕의 음악적 풍경을 그려낸다.  
 이 앨범의 매력은 고전과 현대작들을 잘 버무려서 뉴욕의 정취를 그려냈다는 점이겠지만, 어마무시한 미국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들어볼 가치가 있다. 피쳐링 뮤지션들 기준이 그래미상 수상이라고 봐도 좋다. 허비 핸콕(!), 제이슨 이즈벨, 캔디스 스프링스, 매들린 페이루, 리사 피셔처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핫했던 뮤지션들이 랑랑의 뉴욕 관광을 돕는다. 씨에씨에~ 좋다해~

쓰다보니, 난 랑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앨범은 트렌디한 재미로 가득차있고 재밌는 앨범이다. 8-9번 트랙 Tonight(From 'West Side Story')과 Moon River(From 'Breakfast at Tiffany's)에서 숨가쁘게 달리다가 문 리버의 아련함을 그려내는 광경도 참 좋다(매들린 페이루가 요즘 너무 좋기도 하고!!). 그러나 알리샤 키스의 곡은 편곡은 좋지만 뭔가 새로운 재해석이 있나 싶고, 거쉬인의 곡은 파나소닉렌즈들에서 라이카렌즈향나듯이 허비 핸콕향이 아주 쪼오금~ 들어가있는 것 같다. 허비 핸콕과 랑랑의 인연이야 유명하지만, 정말 허비 핸콕이 이 연주에 들어가있냐고 묻는다면 정말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렇다고 랑랑이 재지한 피아니스트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잘 모르겠고…

그러나 랑랑은 될놈될이다. 허비 핸콕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또 저렇게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도 능력있고 야심이 꽤나 있기 때문에 잘 될 거야 아마… 앨범은 좋은데 자꾸 랑랑에 대한 르상티망과 선입견이 내 청취를 방해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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