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팝은 한국에서 어떤 귀결을 맺게 될까?

요즘은 음악도 레트로, 패션도 레트로인데 설마 그 다음은 X세대가 찾아오려나.

그제부터 쭉 듣고 있는 프로듀서 bronze의 <East Shore> 앨범은 레트로 사운드를 표방하는데,

표지에서부터 Anri나 토시키 카도마츠의 시티팝 앨범들을 떠올리게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제대로 신스팝 장르의 묘미를 잘 우려낼 수 있다면(이미 많이 우리고 있지만)

설령 그게 레플리카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향점이 아주 명확한 앨범이고, 딱 레트로하고 조금은 펑키한 전형적인 2019년 시티팝 앨범.

표지 참 이쁘네

주관적인 평가가 있겠지만, 비난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어쩌다보니 표가 생겨서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가게 되었고, 또 스스로 선택한 공연은 아니라 사전 정보는 거의 없이 간 공연이었다. 

뭐 개신교인이기도 하고 합창이나 칸타타 모두 좋은 말이었으므로 흔쾌히 보러 간다고 했다. 


공연의 전체적인 개요는 3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1막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2막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참된 인생의 가치(가족)를 찾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3막에서는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공연한다. 

우선 1막은 숨이 막힐듯이 지겹고 답답했다. 퀄리티가 저열하다, 이런건 아니고 분명 수준은 높은데 아주 고리타분한 연출이었다.

로마군인의 폭압, 폭군 헤롯, 낮에는 행복한 마을로 핍박받다가 밤에는 인정머리 하나없는 고을 베들레햄, 뭐 역경 속에서 탄생하는 예수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 당연한 이야기와 자주 들었던 캐롤을 아주 비장하고 진지한 곡조로 계속 듣고 있자니 내 정신력이… 잠깐 그냥 눈감고 있었다.

2막도 몹시 진부한 내용이었지만 그나마 춤이랑 곡 퀄리티가 좋았다. 끝.

그리고 구원파 박 모 목사님의 등판… 나는 사실 그전까지는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이 공연 왜이렇게 예배공연같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라와서 설교하시는 걸 보니 알겠더라. 이거 예배 공연이구나!! 

여튼 한 말씀하시고 들어가서 보는 3부는 오히려 종교적인 목적성을 알고 보니까 차라리 나았다. 

헨델 오라토리오를 들을 기회가 이리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렇게 종교적인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다면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이렇게 거창하게 공연할 일도 없을듯…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종교적인 목적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공연이었지만 악단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

오라토리오 공연은 굿.

거기다가 아주 서비스도 좋아서 앵콜곡을 세네곡은 했던 것 같다.

내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추종론자라 그렇지, 공연 자체의 퀄리티로 보자면 떨어지는 공연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교회가 아닌 공연장이 어떤 종교를 봉사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점과 높은 연주력에 더 두드러져 보이는 숨막히는 경직성때문에 공연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예배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예배 공연의 목적은 음악적 표현보다도 하나님을 드높이는데 있다. 

1,2막 공연에 간간이 섞인 개그는, 뭐랄까 정훈드라마나 공익광고에서 그냥 양념친 것 같았다.

머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러냐고? 내가 좋은 이야기를 굳이 공연장가서 보고 싶진 않아서…

여튼 나처럼 삐딱한 관람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공연도 아주 싼 공연은 아니어서… 

표가 생기면? 내가 예수님을 사랑한다(그런데 구원파도 용납할 수 있다), 나는 주일 예배 2번 드리고 저녁에 2시간예배를 하나 더 드릴 수 있다, 

이런 훌륭하신 분들께는 강추천드린다.

난 여튼 다신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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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미 말렉이 주연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다. 

난 아직 보진 못 했는데 ㅠㅠ 제발 내가 보기 전에 내리진 말아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비극적인 서사였지만 퀸의 음악세계를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조연이 아닌가 싶다.

영화도 영리하게 프레디 머큐리의 삶보다도 퀸의 커리어가 절정에 다다랐던 웸블리 공연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닐지. 


여기서 이야기할 <Made In Heaven>은 어찌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 기록임과 동시에 비극적인 서사에서 벗어난(이미 죽었기 때문에) 앨범이 아닐까 싶다.

<Innuendo> 앨범의 프레디 머큐리는 문자 그대로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느낌이 역력하고, 앨범은 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장하고 처절하다. 

아마 <Night at opera>나 영화의 퀸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Made In Heaven>은 퀸 음악세계의 막을 내리면서도 사색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죽은 이의 노트를 들여다보며 회상하는 것처럼 어쩌면 락밴드 퀸보다는 팝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곡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Made In Heaven도 그렇고, 가스펠 느낌의 Let Me Live, 우리의 귀에 익숙한 I Was Born to Love You, Too Much Love Will Kill You까지,

재기발랄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보다는 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감성적인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A Winter's Tale을 아주 좋아한다.

A Winter's Tale을 듣고 마지막으로 It's a Beautiful Day의 여운을 느끼는 식의 감상을 선호한다.


Queen II가 가장 락스럽고 Night at Opera가 실험적이며 위대한 앨범이라면, 퀸에 입문해서 듣기엔 Made In Heaven이 좋지 않을까.

앨범 커버에 있는 몽트뢰 호수처럼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하고 애잔한 음악을 접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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